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6)
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19 16: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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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6)

사람들은 오월은 실록의 계절이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장미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오월은 산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풀과 나무들이 본연의 푸름을 100% 완전하게 갖추는 계절에 덩굴장미들이 건물주택들의 담장을 그리고 아파트 울타리들을 타고 올라가는 가지마다 빨간 꽃봉오리들을 터뜨리는 계절이다.

코로나라는 재앙이 없었다면 여기저기에서 꽃 축제가 벌어지고 지리산자락 골짜기마다. 그리고 황매산과 소백산에 우리나라 전 지역에 철쭉이 빨갛게 물들고 있으니,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집 밖으로 달려 나오게 하는 달이다.

어느 TV 프로그램 리포터가 마치 빨간색 물감을 산에다 부어놓은 듯하다. 고 철쭉들을 소개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거기에다 예년 같으면 오월 초가 지나야 아카시아가 개화하건만 올 들어서는 오월에 들어서자마자 버선 모양 꽃 주머니들을 터뜨리고 은은하고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카시아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곳 진주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백색의 꽃 등고선이 대구를 거치고, 동해안 쪽으로 해서 우리나라를 돌며 경기 북부지방에까지 고루고루 그윽한 꽃향기로 사람들의 시심(詩心)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카시아의 꽃과 향기가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 친구들도 지금쯤 소 몰고 가겠네. 라는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진주에는 3.4.5월 내내 매화 벚꽃이 그리고 뒤를 이어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꽃들이 모두 하얀 꽃으로 피어나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으니, 하얀 꽃 세계에서 살며 축복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아카시아는 서울처럼 대도시 도심지역이라면 모를까. 어지간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카시아가 내뿜는 은은한 향을 맡으며 살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에 허드레지게 하얗게 자태들을 뽐내는 아카시아 꽃들을 보며 향수를 그리기도 하며 추억을 더듬을 것이다. 진주 남강이 도심을 끼고 흐르는 진주 팔경인 망진산 봉수대 절벽과 시가지에서 뒤벼리 절벽을 돌아 강을 건너 새 벼리를 나가는 길목과 선학산과 비봉산자락을 그리고 숙호산과 석갑산 자락마다 온통 하얗게 산을 뒤덮고 있다.

하얀 꽃 아카시아와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데에다 빨간 장미가 조화를 이루니 사람들 마음은 들뜨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나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PC 앞에 앉아서 글을 쓴다고 일명 방콕 주의자라고 말 하는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아카시아 은은한 향을 내뿜는 아카시아 계절에 만큼은 컴퓨터를 박차고 나오게 된다. 아카시아 꽃 숲길을 걸으며 꿀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를 직접 들으며 은은하고 진한 향을 직접 가까이에서 맡기 위해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선학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관계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을 베란다 너머로 많이 볼 수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나도 건강을 위해서 날마다는 힘들겠지만 2~3일 만에 한 번씩이라도 선학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리라고 맘을 다잡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카시아가 피고 있으니 꽃향기로는 아카시아 향처럼 진하고 은은한 향기를 따라올 수 있는 꽃이 없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는 현장에 직접 가서 향기에 취해보고 싶은 생각에 집에서 뛰쳐나가 선학 산을 오르는 사람들 대열에 합류했다.

집을 나오자마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카시아 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카시아의 은은하게 짙은 향기를 내 몸속 깊이 들여 마시는 심호흡으로 황홀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달콤한 꿀을 얻어가려는 꿀벌들이 노래와 춤을 들려주고 보여주려는 듯이,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잡다하고 자질구레한 잡념들은 다 사라져버린다. 아름드리 아카시아를 쳐다보느라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나는 꿀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표현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아카시아 꽃이 품고 있는 달콤한 꿀을 얻기 위해서 날갯짓하는 소리가 춤을 추며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고 들린다는 뜻이다. 꿀벌과 아카시아 꽃은 서로 상생(相生)하는 관계다. 아카시아 꽃은 꿀을 내주는 대신 꿀벌은 꽃이 수정해 열매를 맺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라고 한 말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아카시아나무를 보호를 하는 것이 곧, 꿀벌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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