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일요일엔 쉬자
아침을 열며-일요일엔 쉬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25 15: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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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일요일엔 쉬자

지난밤과 지지난밤 연이어 술을 마셨다. 이틀 연속 술을 마시는 게 오랜만이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찌뿌둥하다. 두 번 모두 거절할 수 없는 술자리여서 마음은 홀가분할 수도 있는데 몸이 찌뿌둥하면 마음도 그에 따라가지 마련이다. 한 번은 좋은 알바자리를 소개해줘서 감사주를 사는 자리였고 다른 건 딸의 울적한 기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였으니 거절 못한 건 당연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중요한 일은 쉰다. 다만 매주 보내야 하는 짧은 글쓰기와 반시간 정도 걸리는 청소일을 하면 된다. 근데 그것도 일이라고 두 가지 일을 해치우기 전까지는 일요일 하루 종일 부담스러운 것. 모처럼 친구가 그쪽으로 오라고 해도 시간 맞춰기가 애매하고 내 쪽으로 오라고 해도 애매하긴 마찬가지. 특히 글쓰기는 상황에 따라 일에 들이는 시간이 종잡을 수 없다.

부담스런 마음으로 일을 하면 무슨 일이든지 문제가 생기기 쉽다. 청소일 을 하러갔다가 기어이 사고를 쳤다. 청소를 연방 하고 있는데 어디를 했네 마네 안 했네 했네, 설왕설래 하다가 급기야 입 싸움이 터졌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며 일요일엔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쉬어야겠다, 이러다간 성격이 아주 괴팍한 노파가 되고 말겠다며 칼자국난 빈 지갑 주운 것 마냥 혼자 구시렁구시렁.

일요일엔 온전히 쉬기 위해 일을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에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에 잠시 시간과 힘을 내면 되겠다는 대안이 떠올랐다. 진작 생각을 해냈더라면 오늘 말다툼도 없었을랑가 말랑가. 또 중얼중얼. 사람이 젊었을 때는 친구와 수다를 떨고 나이가 들면 혼잣말이 늘어난다는데...늙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욕되게 늙을까 두렵다. 총명하게 늙고 싶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게 더 중요하다. 늙음을 인정하고 차츰 더 자주자주 쉬어줘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총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젊은 세대에 대한 예의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대비가 점점 커지는 때 그러잖아도 힘든 젊은 세대에게 나까지 부담을 더해 주어서는 안 되겠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곱게 마무리해야 고운 일이다.

처서를 지나자 밤기운이 시원한 데가 있다. 유래 드물게 비가 많았고 코로나까지 온 세계를 덮쳐 다사다난 엉망진창인 여름이 가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남은 여름을 완전히 보내는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부디 이런 때일수록 무리하지 말고 일과 휴식 안배에 정성을 기울여 스스로를 비롯해 가족과 이웃이 함께 건강을 유지하기를 기원, 또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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