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순 없는 토론은 없다
칼럼-모순 없는 토론은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25 15: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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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모순 없는 토론은 없다

우리사회는 말의 횡포가 극심하다. 대화는 부드럽고 정중하고 깨끗한 체취를 풍겨야한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성기호이다. 사람은 말이 있기에 만물 중 가장 존귀하다. ‘좋은 말 한마디가 나쁜 책 한권 보다 낫다’는 영국 속담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가 하면 천금을 잃을 수도 있다. 말은 그 사람인격의 표현이어서 일상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정치인부터 일부종교인, 네티즌들까지 말로서 서로 편을 가르며, 상대의 주장은 무시하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군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으로 토론문화가 수직적 구조로서, 매우 엄숙하여,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고 위압적이어서, 토론문화의 수준이 초보단계인 것 같다.

그렇지만 “모순 없는 토론은 없다” 이성적인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여 토론 중에 감정싸움을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참석자들은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남들이 박수칠 때 따라서 치고, 아무도 웃지 않을 때 자기만 웃었거나 박수를 쳤다면 머쓱해한다.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도 상황과 분위기와 말하는 이의 감정과 듣는 이의 감정 상태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빚기도 한다. “토론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개선에 있어야할 것이다”그렇다면 상대방 말의 내용을 끝까지 들어줘야한다.

아무리 자신의 의견이 옳더라도 결코 앙분(昂奮)하고 거칠게 토론해서는 안 된다.

말에는 지우개가 통하지 않는다. 잘못 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치명상을 줄 수도 있고, 오늘 절대 옳은 것도 훗날엔 절대 옳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오늘 절대 그른 것도 훗날엔 절대 옳은 수도 있다. 이걸 알면 대화를 바로 할 수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을 해와 달이 각기 자기입장에서만 본다면, 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날마다 죽어라 일만 하고 바쁘게 움직이면서, 싸움질로 시끄럽다할 것이며, 달의 입장에서만 보면 사람들은 하는 일도 없고 움직임도 없으며, 먹지도 않고 늘 잠만 자며 다툼도 없이 조용하다할 것이다.

이렇게 자기입장에서만 보면 둘 다 옳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그러니까 나만 옳다며 우겨대면 안 된다.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말에 절대 반대하거나 자기의견을 ‘꼭’ 또는, ‘틀림없다’며,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를 정면에서 공격하거나 덮어놓고 상대의 말이 부당하다고 지적하지 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여야의 입장과, 사장과 직원의 입장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수용하려는 자세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와 달이 보는 사람들의 삶이 둘 다 틀리지 않고, 맞지도 않은 것처럼, 각자의 견해가 다른 것을 인정하자. 나의 의견도 맞지만 상대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며, 둘 다 옳은 것이다.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려준다면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공통점을 찾아내어 개선점을 찾아내는 토론장을 만들어보자. 당장 어떤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은 싸움은 없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실종되고, 네 편, 내편을 가르는 일에 목숨을 건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내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린다는 식의 행태가 폭력으로 변질되며,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한다. 대화는 항상 지속하자. 대화의 단절은 곧 싸움이다. 강력한 논리로 상대를 누르려 하지 말고, 반대의견도 신중하게 취사선택하여 조직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현명한 개선점을 도출해내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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