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19시대와 자전거
시론-코로나19시대와 자전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30 14: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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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코로나19시대와 자전거

중학교 다니는 3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집에서 학교가 있는 면소재지까지 편도 10키로 왕복 20키로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학교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그런대로 수월하게 갈 수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계속된 오르막길을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했다. 요즘에 나오는 자전거들은 가볍기도 하고 기어가 장착되어 있어 오르막도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그 당시 자전거는 오로지 다리의 힘만으로 움직여야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힘들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자전거를 빌려 타고 여행을 간 기억은 있지만 그 이후 자전거는 내 삶에서 오랫동안 멀어졌다. 내 머리 속에는 자전거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기 보다는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어 한강변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넘쳐날 때도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그런데 나에게 자전거의 추억을 불러들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그 당시 나는 배드민턴에 중독되어 휴일이면 아침에 가방 메고 나가면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휴일만 되면 가출(?)하는 남편을 붙들어 두기 위해 아내는 배드민턴보다는 자전거타기를 추천했고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함께 자전거 샵으로 갔다. 아내도 나도 깜짝 놀랐다. 아내가 사주겠다고 하는 자전거는 최대 30만원을 넘지 않은 자전거였는데 샵의 주인이 추천하는 자전거는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 그기에 주인장은 자전거는 중독성이 아주 강한 운동이며 여기에 빠지면 전국으로 투어 다닌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더했다. 휴일이면 가출하는 남편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 자전거를 추천했는데 전국으로 투어를 다닌다고 하니 아내가 손을 잡아끌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때 그런 비싼 자전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자전거 하면 힘든 기억밖에 없는데 중독성이 그리 강한 운동인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10년 동안 해온 배드민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조금 시들해진 터라 자전거에 관심이 옮겨가니까 그 욕망을 제어한다는 게 어려웠다.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중고 사이트를 뒤져서 10년이 다된 중고 산악자전거를 180만원에 구입을 했다. 자전거가 그리하여 내 삶으로 들어왔다. 많이도 다녔다. 주말이면 동네뒷산을 자전거로 누비고 다녔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서울에서 속초까지 라이딩을 했고 4대강 자전거길 을 구간별도 다녔으며 제주도와 대마도를 두 번 완주 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한 것이다. 중간에 넘어져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숙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지만 4박5일에 걸쳐 완주를 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자전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전거는 비교적 접촉이 적은 언택트 운동이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전 세계 산악용 자전거(MTB) 구동계열의 부품의 80%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회사인 시마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7000억, 영업이익은 6800억에 달하며 매년 10%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자전거 완성 메이커 두 곳의 매출도 늘어나면서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자전거는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식되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백색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전거 분야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전거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연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해야한다. 수요가 있어야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를 결정한다.

코로나19보다도 미래 인류사회에 더 위협적인 것이 기후변화라고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언젠가는 소멸하거나 세력이 약해져 감기 바이러스와 같은 수준으로 우리와 함께 생존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많이 이용해야하는 이유이다. 요즘 많이 게을러져서 자전거 타는 것을 소홀히 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된 자전거가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이번 가을에는 국토종주는 못하더라도 4대강 자전거 길이라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라이딩을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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