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백중(百中), 우란분절(盂蘭盆節)
진주성-백중(百中), 우란분절(盂蘭盆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30 15: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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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백중(百中), 우란분절(盂蘭盆節)

요즘 노납이 사는 절집은 분주하다. 모레 9월2일이 음력 7월 보름으로 백중(百中)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백중기도 입재 후 신도들의 칠천배 기도가 시작됐다. 백중은 백종(百種) 또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에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옛날에는 백가지 음식을 마련해 조상에게 바치고 재를 지낸다고 하여 유래된 명칭이다. 백중을 앞두고 각 사찰에서는 조상을 기리기 위한 백중기도에 들어가게 된다. 백중기도를 통해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부모님의 소중한 은혜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우란분절’이라고도 부르는 백중은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 날 다음으로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날을 위해 100일이나 49일 전부터 준비하기도 하고, 짧아도 그날만큼은 의례를 정성껏 행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오늘날에도 불자들은 백중을 계기로 잊고 지냈던 효(孝), 즉 부모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불가에서 백중을 4대 기념일로 기리게 된 것은 부처님 당시 십대 제자였던 목련존자의 효심에서 비롯됐다. 어머니인 청제부인이 생전에 악업을 지은 과보로 지옥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부처님께서 목련존자에게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100가지 종류의 공양을 올려 그 공덕으로 어머니께서 지옥의 고통을 면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에 목련존자는 스님들이 공부를 회향하는 백중(음력 7월 15일)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지옥의 괴로움을 면하게 됐다는 것에서 백중이 비롯됐다.

백중기도 기간에 불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선망부모를 비롯한 유명을 달리한 가족들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경우 조부모부터 증조와 고조까지, 그리고 집안에 자손이 끊어진 친척들, 태중에서 생을 마감한 생명들까지 영단에 위패를 모셔놓고 재를 지낸다. 그러니까 백중은 절집에서 부모를 위하는 날이고, 조상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조상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고, 우리의 후손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중을 통해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날 천륜과 도덕, 인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태에서 백중기도를 통해 부모와 조상님의 은혜를 되새기는 기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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