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현장강사 권재훈 경위
경남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현장강사 권재훈 경위
  • 최원태기자
  • 승인 2020.09.07 16:51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심·우울·비관 제압할 강력무기는 ‘웃음’입니다”
▲ 권재훈 경위는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친절봉사로 민주경찰의 자세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현장강사 경진대회 최우수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요양원 공연봉사
지역사랑 나눔천사 웃음 전도사 경찰관
권장사의 씨름왕 도전…대통령배 2연패


코로나로 힘든 시기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같은 인생을 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경남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소속 현장강사 권재훈(55) 경위이다.

경찰공무원이 된 지 올해로 27년이 됐다는 권재훈 경위는 경남경찰청 내 교육센터 현장순회 강사로 평일에는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 인권교육, 고객만족교육, 112 신고 시 초동대응 등의 강의를 하고, 주말에는 흡연예방교육, 웃음치료 관내 요양병원으로 공연을 나가는 바쁜 스케줄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힘든 어린시절
권재훈 경위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경남 합천군 삼가에서 3남1녀중 막내로 태어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마산에 전학 왔다. 그러나 6·25때 군 생활을 하신 아버지는 장기복무로 제대한 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항상 어머님과 불화로 술과 도박, 가정폭력을 일삼아 한 달에 20일은 지옥 같은 삶이었다.

아버지와 맨 정신으로 마주 앉아 대화를 해 본 기억은 전혀 없다.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이 취해 길바닥에 누워계시면 동네 사람이나 파출소에서 연락이 오면 엄마와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를 리어카로 태워오고, 집에 와서 기분이 나쁘면 어머니께 화풀이로 폭력을 휘두르면서 힘없는 형제들은 속수무책으로 울기만 했었다. 어떨 땐 이유 없이 집에서 쫓겨나 밖에서 몇 시간을 추위에 떨면서 조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버지가 주무시면 조용히 들어갔던 기억들이 지금도 선하다.

항상 집에 가면 불안하고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불안하고 걱정되어, 주변에 평온한 가정이 그렇게 부럽기만 하던 어린 시절, 결국 아버지는 70년 세월을 보내고 유언 한마디 없이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원한이 쌓였는지 아버지를 화장 후 뿌리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자식이라 납골당을 고집했다. 최근에는 아버지의 잃어버린 훈장을 찾아 드려 늦게나마 돌아가신 후에라도 불쌍하게 살다간 아버지의 유해를 대전 현충원으로 모신 게 늦게나마 아들로써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권 경위는 고등학교까지는 힘겹게 마쳤지만 가정형편상 대학을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소심하고, 항상 매일 매일이 두려움밖에 없었다.

고교 졸업 후 삶의 이정표를 세우지 못해 방황이 시작됐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심정으로 신문배달, 술집 웨이터, 식당 종업원, 안경 공장, 책 세일즈맨도 했으며, 군 생활을 마치고 일정한 직업을 찾지 못하다가 일용 근로자, 마산 수출자유지역, 철강회사 내 외주업체에서 빠레트 포장 일을 했다. 그리고 현수막 제작공장, 샤시공장, 제재소, 마지막으로 철강회사 제강공장 등 10여 가지 이상의 직업을 전전긍긍하면서 희망없는 세월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더 힘든 것은 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어릴 때 공부 잘하던 막내 아들이 자꾸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못내 안타까워했다.

권재훈 경위는 경남경찰청 교육센터에서 현장순회 전문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권재훈 경위는 경남경찰청 교육센터에서 현장순회 전문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의 길을 걷고자 경찰관이 되다
삶이 항상 부정적이고 희망이 없다보니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27살 때 3교대를 하는 철강회사에서 2년6개월 다녔는데, 한날은 작업 중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더 이상 회사에 대한 두려움과 애착을 잃어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건설경기가 좋아 포크레인, 지게차 등 건설기사를 해보고자 마산에 있는 중장비학원을 다녀 지게차 기사 자격증도 취득했으나, 마침 포크레인 면허는 따질 못했다. 만약 포크레인 기사 자격증을 땄다면 지금쯤 그 길로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가 없는 삶은 항상 부정적이고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다 아무도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어 세상을 포기하려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었던 그가 생각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그는 “비관적인 생각은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하다못해 운전면허도 일곱 번 떨어지고 여덟 번 도전해 겨우 붙었다”면서 “운전면허 취득은 ‘뭐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경찰시험 준비 3개월 만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당시 축구 조기회에서 같이 공을 차던 경찰 선배님을 만나 더더욱 경찰의 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있어 지금도 그 선배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경찰학교에서 학생장으로 리더가 됐으며, 순탄하게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기 위해 승진의 꿈도 꾸었다.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창원에서 파출소, 지구대, 형사, 여청, 정보, 외사, 기동대 등을 거치며 두 번의 특진도 했다.

권재훈 경위는 경남경찰청 교육센터에서 현장순회 전문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권재훈 경위는 경남경찰청 교육센터에서 현장순회 전문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의 존재감 찾기

경찰은 보람된 직업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선도해 경찰관이 된 사례, 오토바이 폭주족을 교화하여 현재는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고 있고, 가출청소년을 찾아 교화하여 180도 바뀌어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례 등 경찰에 입문했기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권재훈 경위는 공연봉사를 통한 나눔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공연봉사의 시작은 십수년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웃으면 복이 온다’는 웃음치료가 유행할 무렵 권 경위는 마산의 사단법인 한국웃음협회에서 웃음치료를 배웠다. 함께 배우던 20여명의 교육생 중 요양병원 사회복지사를 만난 것이 병원 원정 공연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주 특기는 웃음을 유발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머금도록 하려다 보니 노래와 춤, 유머, 마술 등을 배웠고, 무조건 ‘웃으십시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제격인 노래와 악기 연주를 중점으로 봉사를 펼쳤다.

나의 공연에서 사회를 보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일상의 피로가 달아나는 느낌이다. 업무가 없는 휴일을 이용해 한 달에 네 번 정도 마음을 같이하는 경찰 동료들 그리고 봉사자들과 함께 창원 의창구 시티요양병원, 마산회원구 정다운요양병원 등 지역 요양병원을 찾아 유머를 동반한 노래, 악기연주 등의 공연을 하고 있다.

특히,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동료 5명으로 이뤄진 색소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경남 폴(POL) 색동회’와 함께 공연을 다니며 사회를 봤고 오늘에 이르면서 지역사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발휘하는 권 경위는 경남지방청 인근 경찰서 직원 동료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권장사라 불리는 권재훈 경위의 각종 씨름대회에서 받은 우승 트로피.
권장사라 불리는 권재훈 경위의 각종 씨름대회에서 받은 우승 트로피.

◆권 장사의 씨름왕 도전
경찰은 무인의 길이며, 인성과 전문지식 및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4살 때부터 씨름을 시작했는데,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생활을 한 친형의 권유로 시작하여 같이 활동하다 1994년도에 갑자기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의 심정은 하늘이 노랗고 앞이 캄캄했으며, 몇 년간 아픈 세월만 보냈다. 그래서 형님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꼭 씨름왕 트로피를 형님께 바친다는 각오로 운동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 1996년도에 경남씨름왕(청년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2년을 꾸준히 대회에 참석하여 지역대회 우승 및 입상을 30회 이상했으며, 2018년 제4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문화 재첩축제 씨름대회에 40대 이상 남자부 경기에 참가해 결승에서 거창군 소속 이승철(52) 선수를 안다리와 어깨걸어치기로 2대 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권 경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했으며, 지난 7월 고성군에서 열린 씨름왕 장년부에서도 우승했다. 특히 2010년 경북 문경에서, 2019년 충북 영동에서 대통령배 전국씨름왕 선발대회장년부에서 씨름왕이 됐다. 50대의 나이임에도 생활체육 장년부 선수로 뛰고 있다.

씨름은 전신 운동이고, 강인한 체력연마가 필요한 운동으로 씨름을 통한 경찰 호신술에도 접목하여 교육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씨름 때문에 닉네임이 권 장사로 불려져 직원 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권 장사라고 하면 통한다. 유도 단체전 2연패의 전적도 있다.

권재훈 경위가 2019년 대통령배 전국씨름왕 선발대회 장년부에서 우승했다.
권재훈 경위가 2019년 대통령배 전국씨름왕 선발대회 장년부에서 우승했다.

◆범죄예방 중요성 알리는 강사로 활동
어릴 때 꿈은 영어강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이 되면서, 강사로의 목표를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여성청소년계에 문을 두드리면서 청소년 선도를 위한 범죄예방교실을 계기로 봉사와 강사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4년 형사계에 근무할 당시 학교폭력(왕따 사건)을 접하면서 예방에 대한 중요성 인식하여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성·청소년계에서 범죄예방교실로 관내 초·중·고를 순회하며 교육을 많이 했다. 강의는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강의에 대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여 2008년부터는 내부강사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그러다보니 승진보다 못다한 대학에 대한 열망이 있을 수 밖에 없어 늦게 대학에 입학하고 현재는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다.

내·외적인 전문교육을 통해 현재는 내부강사 중 현장순회 전문교육강사로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부 강의경연대회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2019년 7월에 전국 현장강사 강의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래서 더욱 강의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책을 집필 중이고, 퇴직 후에도 권장사 노래교실을 운영하면서 우울증이나 공항장애 등 스트레스를 음악치료를 통해 풀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20여년 이상 경찰생활을 통해 국가의 안위를 지키며 민생의 안정, 치안질서의 학립을 도모하여 경찰공무원으로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확고한 사명감과 투철한 신념, 애국애족의 충혼을 가지고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공익과 질서를 솔선수범하고 친절봉사로 민주경찰의 자세를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최원태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