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위기와 인격
아침을 열며-위기와 인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08 15: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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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위기와 인격

경기도 주택가 사거리골목 한쪽에서 아주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약 한달 전 사거리 다른 한쪽 지하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버렸다. 이 교회 담임목사 부인이 서울 강남 어디에 있는 다단계에 관계했고 거기서 묻어온 코로나19를 가족과 같은 교회 교인들에게 전파시킨 것. 담임목사도 그 다단계에 깊이 관계를 한 모양이고 교회교인들도 그런 관계로 모인 사람들이다.

교회가 우리 동네에 있다 뿐이지 우리 동네 사람은 한 사람도 그 교회에 가 본 적이 없다. 그 교회와 우리 동네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웬걸, 그런데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동네 몫이 됐다. 거의 일주일이 넘도록 TV 주요 뉴스에 꼭꼭 나왔으니까. 뭐니 뭐니 해도 그 사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아버렸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그쳤다.

사거리 네 귀퉁이에는 세 개의 가게가 있다. 우리 카페와 제법 큰 슈퍼와 중고품 가게가 그것이다. 중고품 가게는 원래 가게의 소매보다는 밖에서 하는 일이 많은 터라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반면 안에서 소매에만 매달리는 우리 카페와 슈퍼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진짜 비로 쓸어낸 것처럼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무섭네” 절로 비명이 나왔다.

우리야 워낙에 동네 사랑방 개념으로 연 가게라 그러려니 한다. 게다가 우리 가족들 경영관이 지나치게 소박해서 한 달에 쌀 20킬로면 굶어죽진 않는다는 주의여서 웃으면서 버틴다. 카페가 아니라도 믿는 구석이 여럿 있다. 애초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가정이니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노동(?)을 해온 터였다. 신문배달, 차 배달, 퀵 배달, 택배 배달, 등, 틈새 노동을 해왔던 게 도움 된다.

근데 앞집 슈퍼는 절대 그렇지 못하다. 네 식구가 모두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번갈아 투입되고도 일손이 부족해 벌써 10년이 넘는 장기 근속자를 보유하고 있다. 대략 줄잡아 계산해도 순수익만 기천만 원 되지 싶다. 그러다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바로 슈퍼의 지하가 그 확진자가 나온 교회이니...카페에 앉아서 건너다보면 하루에 드나드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

지금 거의 한 달째 파리만 날리고 있으니 슈퍼 주인으로서는 신경이 곤두설 만도 하다. 해서는 현 정권을 욕을 했다가 방송국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고 했다가 난리를 피우는 통에 옆에서 보는 사람이 거북할 정도다. 조금 달리 생각하면 몇 십 년 동안 장사가 잘돼 동네가 인정하는 부자이니 이 코로나사태가 진정되도록 동네에서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마음을 모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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