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의사선생님들의 환지본처
진주성-의사선생님들의 환지본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08 15: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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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의사선생님들의 환지본처

낳아주고 키워주고 가르쳐주면 우리는 받을 것을 다 받은 것이다. 이후부터의 자기의 몫이다. 부모님 다음으로는 가르쳐주신 선생님이시다. 그래서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다고 했고 가르쳐주신 선생님께는 그 은공에 대한 존경심으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공경심에 따른 최고의 존칭인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이고 스승 이외에는 아무 곳에나 함부로 쓰지 않는다. 임금님 다음으로는 ‘나리’인데 ‘나리’라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지는 않는다.

스승에게만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붙인다. 그런데 딱 한 곳에만은 반드시 붙인다. ‘의사 선생님’이다. 낳아서 길러주시면 가르치고 지켜주는 이가 있어야 누구나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의사선생님이다. 앞서 말한 자기의 몫 중에는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 최우선적인 인명을 다스리는 의술을 천직의 소임으로 하는 의사이기에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반드시 붙여 말한다.

선생님 이제 그만 돌아오십시오.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여 의사선생님의 명예가 실추되겠습니까, 밥을 굶겠습니까. 희소성의 가치는 존엄하지도 않거니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서 의사선생님의 명예와는 거리가 멉니다. 의사는 인명을 다스림으로 업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운을 벗어버리면 우리는 건강과 목숨을 온전하게 유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길거리로 나와 버리면 우리는 생명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가족들의 애끓는 소리가 저리도 처절합니다. 백척간두에 목숨을 걸어두고 오로지 선생님을 기다리는 치료가 시급하고 수술이 다급한 저들의 절박한 절규가 들지 않으십니까.

나라도 사람이 꾸리고 정부도 사람이 꾸미는데 선생님들이 맞서버리면 정부도 이길 재간은커녕 버틸 방법도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대적할 것은 나라도 아니오, 정부도 아닙니다. 선생님과 맞설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이 지구상에는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선생님이 맞서야 할 것은 부상과 질병이고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입니다. 법이면 뭐하고 총칼이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숭고하고 거룩한 선생님들의 메스만이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식어가는 피를 다시 데우고 멎어가는 맥박을 다시 뛰게 하셔야 합니다. 환지본처,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십시오. 마땅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제 벗어둔 가운을 입으시고 꺼져가는 우리의 심장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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