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풍수환(風水渙)
아침을 열며-풍수환(風水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09 16: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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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역리연구가
이준/역리연구가-풍수환(風水渙)

풍수환. 바람과 물 때문에 일어난 환란(患亂)을 말한다. 올해의 장마는 1973년 이래 가장 긴 장마였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장마는 지난 6월10일에 시작해 7월28일에 끝나 49일 동안, 중부지역은 6월24일에 시작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다 8월16일에 그쳐 54일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냥 장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집중호우, 폭서와 더불어 역설적이게도 여름철 이상 저온현상으로 일상생활과 농작물 생산에 빨간 신호를 던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채 복구도 하기 전에 이어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이 불어 닥쳐 손실을 초래하여 코로나 19로 인하여 가뜩이나 무거운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경제는 마이너스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활동을 잠시 중단하여야 하고, 생활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있다. 정말 괴로운 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일수록 우리민족 특유의 단결력과 돌파력을 발휘하여 이 난관을 극복하여야 한다. 새로운 기풍, 획기적인 국면 전환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 롤 모델’이 있다. ‘이미지 롤 모델’을 동양철학에서는 ‘상(象)’으로 일컫기도 한다. 주역의 제59괘 ‘풍수환(風水渙)’이 그것이다.

환(渙)은 하괘 수괘(☵), 상괘 손괘(☴)로써 구성된다. 하괘는 물이고, 상괘는 바람이다. 물과 바람이 사람들의 통제와 관리 범위안에 있을 때는 생명과 생산과 생활의 핵심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에서 보듯 사람의 관리를 벗어난 바람의 위력, 물폭탄의 파괴력은 끔찍한 재앙이다.

사람의 감정과 정서, 말과 이념도 마찬가지다. 사회구성원들의 감정과 정서, 말과 이념은, 그것을 서로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통용될 때는 그것은 사람과 사회생활의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 말과 이념도 사람들, 사회구성원들의 관리와 통제와 용인의 범위를 벗어날 때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체제와 나라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끔찍한 재앙이 된다.

하여 주역을 지은 성인들은 국가사회의 사람들의 심정과 심사의 요동침을 자연의 물과 바람에 빗대어 설명하며 그 대응과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앞서 말한 ‘풍수환(風水渙)’이 그것이다.

‘풍수환(風水渙)’은 ‘흩어진 민심의 수습’을 상징한다. 물과 바람은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한다. 사람들의 마음도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한다. 그러나 흩어진 민심을 그대로 방치하면 재앙으로 변질되기 쉽다. 흩어진 민심을 추서러 모으는 것이 지도자가 마땅히 취해야 할 당면 과제다. 민심을 모으기 위하여 전통 문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종묘에 제사를 지낸다. 문화 예술 종교 등 상징정책이 그것이다.

풍수환 하괘인 물(水)은 이반된 민심의 험난함을 상징한다. 세상민심은 기묘하여, 안정되고 좋을 때는 정치군주, 정치제도라는 배를 평안하게 띄우지만, 요동치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배를 뒤집어 버린다. 이른바 군주는 배고 바다는 민심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풍수환 상괘인 바람(風)은 부드럽고 활발한 사회 기풍(氣風)을 말한다. 민심을 어루만지는 다양한 정책들을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생계를 돌보며, 생명을 지켜주고 정직한 삶의 태도로서 공동체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지도자로서의 믿음을 확립한다. 갈등보다 화합을, 네편 내편 편가름보다 우리를, 강자독식(强者獨食)보다는 분배정의(分配正義)를 구현한다. 그럼으로써 흩어진 민심은 돌아오고, 반항과 저항의 기운은 더불어 힘을 합치는 통합의 시너지를 발휘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와 국난을 극복한다.

국가지도자들은 바른 민심에 올바르게 반응해야 한다. 데마고기(demagogy)식 선동 선전 프레임으로 민심을 조작하려들면 반드시 커다란 재앙에 부딪힌다. 히틀러가 그랬고 무솔리니가 그랬고 다양한 독재자들의 말로가 이를 증명한다.

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정치지도자는 겸손하고 유능하고 검소해야 한다. 공직자의 고개가 뻣뻣하고 무능하며 오만방자하다면 국민들의 도탄(塗炭)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바람과 물을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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