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인간삼락(人間三樂)
진주성-인간삼락(人間三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10 15: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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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인간삼락(人間三樂)

사람은 반복적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으며 살아가게 된다. 즉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슬플 때도 즐거움도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천복(天福)을 받은 사람이라도 평생 동안 즐거움만 누릴 수는 없는 것이고, 팔자가 사나워도 한평생 괴로움만 연속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람의 행복은 출세나 부(富)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라 했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마음은 가난하고 항상 걱정 속에 사는 사람이 있고, 비록 넉넉지 않으면서도 항상 베풀며 천석꾼인 사람도 있으니 도대체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모두가 다 아는 말이지만, 선인(先人)들이 추구했던 세 가지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유교를 창시하고 만고의 스승이신 공자께서는 논어 ‘학이편’을 통해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을,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 멀리 있던 벗이 찾아오는 것,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기분 나쁘지 않는 것이 선비의 즐거움이라 했다.

또한 맹자는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에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 하였다.

노자의 인간 삼락은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이라 했으니, 즉 잘 먹고 잘 배출하고 잘 자는 것이니 그냥 평범한 삶이다. 다산 정약용은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것,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을 출세해서 오는 것,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마음 맞는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이라 했다. 상촌 신흠은 문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 열고 마음 맞는 손님을 맞는 것,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 가는 것이라 했고, 추사 김정희는 책 읽고 글 쓰며 늘 배우는 선비정신, 사랑하는 이와의 변함없는 애정, 벗과 함께 어울리는 풍류라 하였다.

어느 날 공자가 태산기슭을 지나다가 비파를 들고 한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뭐가 그리 즐거우냐”고 묻자, 사람으로 태어난 것, 사람 중에서도 남자로 태어난 것, 그리고 95세까지 장수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겠느냐고 했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선인들 그 누구도 인간의 즐거움을 재물이나 명예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고, 오직 배우고 가르치고 뜻이 맞는 벗이 있어 유유자적하게 즐기며, 땅을 보고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사는 처사(處士)적 삶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네 범부들은 끝없는 욕망 때문에, 더러는 형제간에도 이전투구하며, 명예와 부(富)를 위해서 염치도 체면도 의리도 없이 날뛰는 사람들, 제발 선인들의 즐거움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한 순간만 지나면 풀잎에 이슬이요 뜬구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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