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벌초(伐草)
진주성-벌초(伐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13 15: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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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추석 한가위를 앞두고 벌초(伐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벌초는 조상 묘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과 잡초를 제거하는 행사로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의례 중의 하나다. 벌초는 금초(禁草)라고도 불린다. 금초는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로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춰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의미이다. 사초(莎草)는 오래되거나 허물어진 무덤에 때를 입혀 잘 다듬는 일을 말한다.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는 벌초는 처서부터 시작돼 이슬이 내리고 가을기운이 완연해지는 백로 무렵부터 절정을 이룬다. 요즘이 그 시기여서 주말이면 낫과 예초기를 들고 시골을 찾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요즘 주말에 우리 주위의 야산을 보노라면 50대 이상 중·노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층과 아이들까지 벌초 길에 줄줄이 동행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상을 잘 섬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은 마치 민간신앙처럼 아직도 우리 생활속에 남아 있다. 묘지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며 성묘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각자의 뿌리와 근본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효(孝)사상을 몸소 체득하는 것이다. 특히 자손들이 잘 되는가의 여부는 조상의 묘를 얼마나 정성스레 모시는 가에 달려있다고 믿었던 까닭에 추석 성묘를 앞둔 벌초는 집안의 중요한 행사가 된다.

조상의 묘를 방치한다는 것은 곧 불효자로 치부되는 것이어서 가능한 손수 벌초를 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벌초하기가 말같이 그리 쉽지 않다. 그동안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시간과 장비, 인력 부족, 고령화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벌초와 묘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향을 떠나온지가 오래인데다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아서 요즘에는 벌초대행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벌초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민간업체들이 성업중인가 하면 산림조합과 농협에서도 벌초를 대행하고 있기도 하다.

벌초는 매장문화의 하나지만 묘를 쓰게 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로 그다지 오랜 풍습은 아니다. 불가에서는 매장을 하지 않고 화장을 한다. 최근에는 매장 대신 화장이 늘어나고 망자를 봉분 대신 납골당으로 모시는가 하면 수목장 등 다양한 장례 문화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세월이 좀 더 흐르면 벌초도 지나간 풍속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장묘문화가 어떻게 바뀌든 조상을 받드는 일만은 소중하게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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