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아침을 열며-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13 15: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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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
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금요일 내가 속한 단체에서 소중한 온라인으로 강연을 듣게 되었다. 김민섭 작가의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주제였다.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깨어있는 삶을 살아오면서 고민하던 문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참신하기에 소개해 보려 한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훈의 시대> 도서에 담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강연은 진행되었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을 진학, 시간강사로 8년을 보내고 결혼과 아이의 출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이제는 작가 김민섭으로 살면서 틈틈이 대리기사를 계속 한단다. 젊은 나이인데도 나보다 더 어른스럽다. 깊이 없이 살아온 내 삶을 강연을 듣는 2시간 동안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메모지에 쓴 글을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로서 살아가기’, ‘물음표에 답을 하거나 외면하거나’, ‘무엇을 선택했을 때 나는 행복해 했는가?’, ‘나에게 어울리는 선택 혹은 사회에 인정받는 선택’,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 것은 내가 합리화 시킨 것들은 아닌가?’, ‘개인을 지워버린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 ‘인생의 기록’, ‘삶의 태도 바꾸기’ 등등이다. 아마 지금 내 생각이 꽂혀있는 것들이기에 더 와 닿았는가 보다.

그리고 잊지 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당신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다. 본인의 첫 해외여행 비행기 티켓을 8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 보다는 다른 이에게 양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에서 여행을 대신 가게 된 김민섭 학생이 왜 자신을 이렇게 도와 주냐는 물음에 답이었다고 한다. 이 사례를 소개 받을 때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된 <훈의 시대-우리의 지배해 해 온 시대의 언어들>의 교가와 교훈 사례는 또한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뇌를 점령해 온 지령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도서에 소개된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면 “우리와 동시하고 있는 그 언어가 어떻게 시대의 욕망 안에 개인을 가두어왔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그것들을 인식하고 폐기하고자 할 때 비로소 낡은 시대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안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 쓴다”라고.

사례로 소개한 부인이 다닌 여고의 교훈이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였단다. 그리고 교훈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바꾼 사례로 소개한 교훈은 ‘여자다워라’였단다. 나도 내가 다녔던 학교 건물 초입과 교실에 붙여둔 교훈 액자를 보며, 행사 때마다 부르는 교가를 부르면서 뇌 속에 주입되어진 내용들을 꺼내 본다. 지금껏 그 교훈과 교가, 선생님들의 훈시에 맞추어 살아보라고 한 것들이다.

인생 이모작을 당겨서 시작하면서 남은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보려 한다. 걱정하는 분들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지만 주변부의 쳇바퀴 삶을 벗어난 나의 용기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지난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기에 다행히 생계와 생존을 위한 삶은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먼저 할까 고민하면서 건강부터 먼저 챙기기로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 녹색 지대를 걷는 일부터. 산책을 다녀와서 그 이후 시간은 멍 때리기도 하고,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는 행동부터 고쳐보려 한다. 책장을 장식만 하고 있는 도서들을 읽어볼 여유도 생겼음에 감사한다. 항상 수업 준비를 위해 전공책에만 매달려 살았다면 이제는 남들처럼 나를 살찌우는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볼 것이다.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는 삶의 태도도 가져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어 보려 한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기에 나도 그러해야 하는 줄 알고 좁은 안전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면 이제는 나만의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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