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개미와 베짱이
도민칼럼-개미와 베짱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16 16:1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개미와 베짱이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이 말씀은 신약성경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있는 성경말씀이다. 이 말씀은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 중에 일부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덕을 세우고 생활에서도 부지런하고 근면해야하며, 다른 사람들이 본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편지를 보낸 줄 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이 말은 우리 부모님 세대인 어른들에게서도 많이 들어 왔던 말씀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이에 취해 소에게 먹일 풀을 베지 못했다거나,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해 오라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필자의 아버지는 일하기 싫은 놈은 먹지도 말라고 야단을 치셨다. 성경을 읽어 보신 적이 없었으며 학교교육도 받은 적도 없으셨다.

이 말은 성경말씀을 떠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세계에서는 똑같이 사용했던 교훈의 말씀이 된 줄로 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이 말은 곧 일하기 싫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일지라도 먹지를 못하고,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다면 곧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먹어야 산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70억 인구가 되는 지구촌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직업이 있다. 일터에 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한다.

나는 개미와 베짱이 이솝이야기를 초등학교 때부터 읽었다. 또, 아버지로부터 자주 들어온 얘기다. 개미는 이른 봄부터 밭을 일구고 뜨거운 폭염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을 때, 베짱이는 일은 하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놀기만 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개미를 조롱하기도 했으나 개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겨우살이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는 어른들에게서 들어온 우리 일상의 교훈이 되는 얘기이기도 했다.

아버지께서는 ‘농자는 천하지 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고 가르치며 교훈으로 삼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버지가 늘 하셨던 말씀은 농사짓는 사람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를 하느라 땀을 흘리면 추운 겨울에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셨다. 장사하는 사람이나 직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눈보라 치는 겨울추위가 와도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하시며, 농사꾼이 제일 행복하다고 곧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셨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또 오래전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주자(朱子)의 6번째 회훈인 춘불경종 추후회(春不耕種 秋後悔)한다며 인용하셨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 얘기는 곧 젊어서 부지런히 일해서 노후에 편안히 먹고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하여버리면 나이든 후에는 후회 한다는 얘기와 같은 말이다.

요즘은 산업화로 농촌 환경이 피폐해지고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아버지시대 때만 해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사람은 살 수 없는 줄 여기던 시절이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교훈에 버금가는 것이 자식 농사이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성공한 인생이요. 노후에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고 하시는 말씀을 자주 듣고 살아왔다.

우리나라가 7~8십 년 대에는 아들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캠페인을 할 때가 있었다. 그 이전 5~6십 년 대에까지만 하더라도 딸보다는 아들 낳기를 원했었다. 많이만 낳아서 키워놓으면 자식들이 농사일을 다 하니, 부모님들은 일손을 놓아버리고 동네에서 손자들 재롱이나 보고 세월을 보내는 모습들을 보고 살았었다.

지금이야 아들딸을 크게 우선시하는 개념은 중요치 않은 것처럼 되었지만, 옛날에는 자식을 생산하지 못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겼으며, 아들을 못 낳고 딸만 있는 가정에는 딸이 부모에게 효도를 많이 해주고, 정도 더 있다며 위로를 해 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자녀들을 키워서 노후에 자식들 덕분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 개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준비해야하는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곧 현대판 개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