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담장 없는 학교, 소통을 위한 노력
아침을 열며-담장 없는 학교, 소통을 위한 노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21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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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행정처장
김종광/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행정처장-담장 없는 학교, 소통을 위한 노력

캠퍼스(Campus)는 ‘들판’을 뜻하는 라틴어 Campus(캄푸스)에서 유래하였는데, 전통적으로 대학의 여러 건물들이 들어선 부지를 일컫는다. 처음에는 18세기 미국의 대학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말로는 ‘교정’으로 해석하면 무난하다. ‘캠퍼스’는 그 어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개방, 소통, 공유, 자율 등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대학 안의 교수 학생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관계자, 공공분야 관계자, 지역 주민들이 벽 없이 단절 없이 이용하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지역에 큰 대학이 있으면 그 공간은 교육과 학문 연구뿐만 아니라 여론 소통, 사회관계 형성 및 여가 활동까지 포함하는 지역 문화의 중심지가 된다. 이러한 캠퍼스의 개방성을 활용하여 대학은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고, 새로 창출된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융합시키며,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공공기관과 사기업들도 이러한 개방성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 조직의 업무 공간을 일정한 테마에 맞게 구축하여 캠퍼스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가 대표적이다.

개방은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조직운영에 까지 확장되어 지식의 융합을 촉발한다. 교수들은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전공을 넘나들기 시작하며, 정부기관과 기업체를 찾아 나서게 된다. 서로 다른 지식, 서로 다른 아이디어, 서로 다른 기술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지식의 총량과 가치가 치솟게 된다.

우리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는 1977년 고도산업화시기 산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그 당시 직업학교는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이데올로기가 투영되어, 군대식 규율과 군사훈련식 직업훈련방식으로 산업현장 핵심인력을 양성했다. 교정은 가시 박힌 탱자나무 울타리로 주변과 단절되었고, 바로 이웃하여 사는 주민들조차 울타리 너머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잘 모르고 살았다.

시대가 바뀌어 2006년 우리학교는 ‘한국폴리텍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인력양성의 패러다임도 고도성장기 단순 직능공 양성에서 4차 산업혁명을 책임질 융복합인력 양성으로 바뀌었다. 직업교육 커리큘럼도 바뀌었고, 캠퍼스도 바뀌어야 했다. 2015년 우리학교는 대대적으로 담장을 허물고 캠퍼스를 과감히 개방하였다. 지역주민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수업 없는 날 운동장은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주말은 지역 축구 동호회가 활용하고 있다. 주차장을 무상으로 개방하였고, 교내 교육시설도 지역 기업체 및 단체들의 공익 목적 행사에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집값이 올랐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제 학교는 지역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되었다.

학교를 관리해야하는 책임자는 고민이 많아졌다. 주말이 지난 운동장은 치워야할 쓰레기가 쌓여있고, 흙바닥이 된 화장실은 미화원 선생님들을 한숨짓게 한다. 학교 곳곳에 이웃 주민이 몰래 버린 생활쓰레기도 종종 보인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은 더 어렵다. 막무가내로 제집 드나들듯이 교육관을 출입하는 사람, 지정 장소 밖에 주차하는 사람, 아예 개인 주차장인 양 장기 주차를 하는 사람, 야간에 술가지고 들어와 소란피우는 사람 등 그분들께 “이러시면 안 됩니다”하고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하시지만, 가끔 “갑질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땐 정말 가슴 한편이 무너진다.

많이 만나고 많이 부대끼는 것이 궁극적으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이며, 고립과 단절이 쇠퇴와 멸망의 원인임이 과학적,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많다. 하지만 ‘개방과 소통’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람은 ‘함께’를 강조 하면서 또한 ‘프라이버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공동체’와 ‘개인’은 공존하면서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게 본질인 것이다. 우리학교 또한 ‘소통과 공유’라는 가치와 ‘학생들의 학습권’이라는 가치가 서로 부딪히는 가치 충돌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되돌릴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것이 우리학교와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의 증거가 될 것인데...

지금 우리학교는 오히려 소통과 공유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방이후 출입이 잦아진 정문이 지나치게 좁다. 특히 등하교 시간에는 출입하는 학생, 주민들과 차가 뒤엉켜 많이 불안하다. 그래서 소통과 개방의 상징인 교문을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진주시에서도 호응하여 교내 차량 진출입 안전시설 구축에 3000만원을 흔쾌히 투자해주었다. 지역주민들에 대한 학교 이용 협조 요청도 열심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할 사항에 대한 안내판도 만들어 곳곳에 만들어 붙였다. 정문이 완공되는 날 지역 인사들을 모아놓고 한바탕 잔치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쪼록 우리 캠퍼스와 지역사회가 함께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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