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8)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8)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21 16:0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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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8)

종교의 기원이 죽음의 부정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이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종교는 죽음의 현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후보상적인 낙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환영’ 혹은 ‘환상’을 제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의 어리석은 망상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삶이 영원히 지속 될 것’이라는 착각을 믿으라는 것이다. 종교에서 사후 보상세계와 환상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는 문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에 대한 종교적 탐구가 보다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사후보상관념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희생’에서 보다 근본적인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예수의 죽음에 관한 선택의 의미는 ‘희생’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선택으로 ‘희생’은 자학적 행위라는 통념이 널리 퍼져있다. 죽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으로 금전만능의 현대 의술에 의존하여 단지 몇 시간만이라도 생명을 연장하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처절한 현실을 감안할 때 ‘희생’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선택적 의미와 종교적 의미가 일치하는 죽음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그리고 죽는다. 변하고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요, 진리다. 나 역시 죽는다는 것을 의심치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이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착각과 망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가 반드시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나를 사로잡고 내가 집착하는 이 세상 모든 행위들은 무슨 의미들이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이다. 요즘 우리들의 삶의 목적은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과연 죽음에 직면했을 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의미를 깊이 사색하고 깨달았을 때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우리 각자 나름대로 분명히 찾게 될 것이다. 비타민 A가 망막색소의 중요한 성분이며, 시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생화학자 조지월드(1906~1997·91세)박사는 그의 저서 <인생의 종말>에서 죽음의 정의를 ‘인간의 죽음이란 단지 생식세포(유전자)가 여러 세대를 지나면서 체세포(몸)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이것은 종교적으로는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진실이다.

송나라의 주신중(朱新中, 1097~1167·70세)은 훌륭한 죽음으로 오멸(五滅)의 실천을 내세웠다. 첫째, 멸재(滅財)-재산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둘째, 멸원(滅怨)-원한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셋째, 멸채(滅債)-남에게 빚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넷째, 멸정(滅情)-정분(情分)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다섯째, 멸망(滅亡)-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을 것. 이라고 죽음의 의미를 갈파했다. 그래서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지만 뜻이 결여된 삶은 결코 숭고한 것이 아니다.

다음은 죽은 자들의 마지막 100분이다. 100분은 얼마나 긴, 혹은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일생에서 100분은 그렇게 길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100분은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다. 화장터에서 시신이 들어 있는 관(棺)이 화장로에 들어가 작동하는 100분 동안 유족들은 고인의 유골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기다리고, 고인의 마지막을 기린다. 유족들과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화장로에서 작업을 하는 장례기사다. 이들은 시신이 들어 있는 관을 화장로에 넣고 100분 동안 시신이 잘 타는지 지켜보며, 화장을 한 뒤에 수골(收骨) 작업을 거쳐 유골을 유골함에 담는다. 무궁화와 백일홍 나무는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 죽은 자들의 마지막 100분을 이 꽃들과 연상하게 된다. 장례기사들은 하루 수십 구(柩)의 시신이 재로 변하는 현장에서 유족들을 도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만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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