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자(仁者)는 독서를 좋아한다
칼럼-인자(仁者)는 독서를 좋아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22 13: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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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인자(仁者)는 독서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앞만 보고 살아가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를 살펴보며 살아간다. 나의 상대는 남 아닌 나다. 나를 낮추고 고찰하고 눈여겨보며 살아가자.

나를 내세우면 우주도 동굴처럼 어둡고 비좁아서 괴롭지만 나를 비워버리면 단칸방도 우주처럼 넓고 넉넉해진다. 세상을 멋지게 잘살아 보고 싶거든 날마다 손에 책을 들어보라.

나를 위한 독서가 남을 위한 이로운 행동이 되는 것이다. 추석연휴에 이동을 중지하고, 가족들과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하여, 읽으면서 사소한 대목에서도 감동하고 감탄해보자.

그게 행복이다. 싫지만 해야 할 일이 있고, 좋지만 해서는 안 될 일도 있다. 남을 지배할 능력을 갖추기 전에 먼저 자기를 다스리는 것부터 배워야한다. 도덕적 수양은 자기내부에서 나온다. 인류의 역사는 책의역사이며, 책은 시공을 초월하는 대화와 학습의장이다.

우리는 말이나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깨달음의 길을 열어갈 수가 없다.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가. 보인다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므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독서하라. 어떤 사람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성급하게 굴었거나 차일피일 시일만 넘기고 말았던 부끄러운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흘러간다.

별로 해 논일도 없이 나도 이젠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본인의 허물이지, 세상의 허물은 아니다. 이제라도 독서로서 여생을 환하게 밝혀나가 보자. 공자는 주역을 너무 여러번 읽어서 책을 묶었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 공자 같은 성현도 이토록 열심히 글을 읽었고, 차윤과 손강이라는 가난한 선비는 등불 켤 처지도 못 되어 반딧불과 눈(雪)에다 책을 비추어 가면서 글을 읽었다고 역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범부들은 눈만 뜨면 책을 끼고 살아야 마땅하다. 인생은 화살 같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백년을 살아도 짧은 인생, 하루를 살아도 영원한 기쁨, 그것이 인간의 비애다. 독서의 힘은 무섭다.

책을 펼친 자, 미래가 열린다. 책을 덮는 자, 미래가 닫혀버린다. 밭을 경작하듯 매일 독서에 힘을 쏟자. 여행을 갈 때도 읽을 책부터 챙겨가자. 조상님들은 피난길, 유배지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지게를 지고 가면서도, 논밭 일을 하다가도 틈틈이 책을 읽으셨다.

그런 노력들이 오늘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현대인들은 독서량이 부족하여 토론문화가 너무 서툰 것 같다. 토론을 할 때는 나를 비워야한다. 그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집착을 버린 사람은 말이 바르고, 행동도 자유롭다.

독서량이 풍부한 사람은 상대를 인정해주는데 인색하지 않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토론 시에 개인감정을 삽입하여, 상식이 통하지 않고, 보수적이어서 상대를 대하는 것이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윽박지른 것 같은 태도로 임하기 쉽다.

그래서 극우나 극좌의 사람들이 토론을 하면 무조건 자기만 옳다 고집하며 서로 자기말만 하다가 얼굴 붉히고, 격한 충돌까지 벌어지게 된다. 토론에서는 이기고지는 수도 있고, 지고이기는 수도 있다. 대화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보자. 자신의 허물을 깨달으면 다툼은 없다. 불리한 상황과 걸림돌을 딛고 일어서는 방법은 양서를 골라 독서에 심취하는 것이다. 책은 좋은 충고자이다. 그래서 ‘인자(仁者)는 독서를 좋아한다’ 독서는 마음을 순수하고 깨끗한 상태로 회복시켜준다. 그래서 마음이 아름답고 착한 사람이 책을 사랑하고 가까이한다. 올 추석에는 이동을 중지하고 독서로서 자비의 마음을 회복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펼쳐가자. 독서만이 미꾸라지를 용으로 승천시켜주며, 행복의 지름길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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