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자기성찰의 즐거움과 괴로움
아침을 열며-자기성찰의 즐거움과 괴로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22 13: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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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자기성찰의 즐거움과 괴로움

해봐서 아는데(^.^) 자기성찰은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라는 게 맞겠다. 어느 때 어떤 일을 했건 제대로 적확하게 대처하고 원하는 바를 얻었다면 성찰할 필요가 없다. 계속 그 기조 유지하면서 잘 살면 된다. 뭔가 잘못 되었을 때 필요한 것이 성찰이고 보면 마음이 즐겁기보다는 괴롭기 일쑤다. 그 잘못된 일로 손해를 본 게 많으면 많을수록 더 괴로울 것이고. 마음먹고 괴로워보자.

자기성찰이 가장 괴로운 경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성찰할 때이다. 아주 쉬운 예로 부모에게 불효했는데 부모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경우가 그렇겠다. 생전에 좋아하던 불고기 한번 안 사 주었다는 사소한 일에서 단 며칠만이라도 다시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꽤나 복잡한 소원을 못 들어준 일까지. 내 경우는 후자인데 나도 결혼해 가정을 이뤄 사는데 엄마를 모신다는 게 쉽지 않아 결국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했고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 치매성 노환을 앓는 엄마를 내 가정에 모신다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간호를 할 것이며 가족들 반대는?

성찰이 괴로운 건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잘못을 인정할 때일 것이다. 더 곤란한 건 성찰만 있고 실천이 없어 그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는 때다. 술이 과해서 실수를 자주하는 친구가 있다. 지금은 딸이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딸이 초등학생이던 때부터 주벽이 나타났다. 친구가 술 취해 난리를 피우면 초등생 딸이 엄마를 붙들고 울며 집으로 모시곤 했다. 친구는 술이 깨면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또 취하는 일이 20년 넘게 반복 이어져왔다. 하다 못한 딸이 독립했고 친구 주벽은 더 심해진다. 친구의 딸을 보면 마음이 너무 괴롭고 부끄럽다.

그렇다고 자기성찰이 판판이 괴로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잘만하면 대박이 날 수도 분명히 있는 게 자기성찰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잘만 한다는 게 어렵다. 친구의 경우에도 술이 깨 딸에서 사과하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자고 스스로 한 성찰을 지켰다면 좋아졌다. 술에 취하지 않는 친구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사람이니까.

얘기를 하다 보니 성찰이 괴로운 게 아니고 성찰하면서 발견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도 어려운 건 아니다. 성찰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실제로 개선해 나가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더 어려운 것은 개선해 나가는 일을 완전히 좋아져서 인생이 행복해질 때까지 인내하며 지속하는 일이다. 해봐서 아는데, 진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도전도 안 하고 실패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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