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홍시와 육혈포와 테스 형
장영주 칼럼-홍시와 육혈포와 테스 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06 14: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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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홍시와 육혈포와 테스 형

코로나 팬데믹이 극성인 중에도 한가위 연휴 중에 개천절도 지나고 어김없이 내일은 오고 다시 일상으로 회귀한다. 법무부 장관의 진실 공방과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진 우리 국민에 대한 국방부와 청와대의 대처에 대한 문제들이 내내 국민들을 불안 하게 하였다. 그런 중에도 모 종편방송은 트롯가요 100년 역사를 기리고 공로가수들을 시상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젊은 트롯 가수 임영웅은 6관왕을 차지하며 기염을 토한다. 이제 트롯은 남녀노소 민초들과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살아있는 희로애락의 생명체가 되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노래들을 더욱 거대하고, 더욱 깊고, 더욱 근원에 육박하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 온 가수는 나훈아 이다. 자신이 직접 제목을 붙인 ‘대한민국 어게인’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국민들의 가슴에 불씨를 던지더니 활화산처럼 번져가기 시작한다.

가수 나훈아는 변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는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 순이’를 찾아 ‘홍시’가 열린 ‘고향 역’을 향하여 달려간다. 고향의 엄마는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셨고 때론 엄하게 회초리를 치시곤 돌아 앉아 우시던 사랑과 스승의 존재이다. 이처럼 나훈아는 연인과 어버이를 사랑하는 효심 가득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 추석 전날, 15년만의 공연 도중에 느닷없이 “우리국민은 이제 힘들고 지쳐 갑니다”라고 독백처럼 내뱉더니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공영 방송 KBS을 에둘러 꾸짖었다. 이어서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며 언감생심 가수로써는 어울리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말을 거침없이 뱉어 낸다. 그의 말은 벼락처럼 우레처럼 국민들의 가슴을 때리고 시원하게 뚫어주며 힐링하고 있다.

또 그는 유관순, 논개, 윤봉길, 안중근을 가리키며 “그분들도 보통 국민들이었고 우리국민들은 1등 국민”이라며 스스로 위로한다. 1909년 10월 26일은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께서 육혈포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날이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께서는 사형이 확정 된 맏아들에게 수의로 입을 새 옷을 만들어 주시면 편지를 전하신다. 안중근의 아이 적 이름을 부르시며 “응칠아, 너는 어서 죽어라. 옳은 일을 하였으니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잔인한 일제 군국주의자들도 감동한 ‘그 아들에 그 어머니’(시자시모 是子是母)의 정신이다. 안중근은 죽음을 앞둔 뤼순 감옥에서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이라는 글을 남긴다. ‘이익을 보거든 먼저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치라’는 천금보다 귀중한 글이다. 우리의 보통 백성들은 때가 되면 이처럼 위대한 백성이 된다.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를 안중근과 같다고 비유했던 여당 정치인의 말에 국민들의 가슴은 아예 납덩이처럼 막히고 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에 나훈아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짜 정치인들)들이 생길 수가 없다”며 일갈한다.

이제 나훈아는 남녀의 사랑과 효를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염려하는 충심의 ‘나훈아 선생’이 되었다.

그 무대에서 ‘나훈아 선생’은 신곡 ‘테스 형(兄)’을 부른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울 아버지 산소에 봄에 제비꽃이 피었다가 가을이 되니 들국화도 핀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지만 자주 오지 못하는 불효자를 꾸짖는 것만 같다’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먼저가 본 저 세상에 과연 천국은 있느냐고 테스 형에게 묻는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 사랑은 또 왜 이래’ 이제는 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무심하게 툭 뱉어낸다. 황혼이 되어 황혼을 보면서 황혼이 아름답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후회와 헛된 미래에 끄들리기 십상이다. 너 나 없이 맞는 제시간에 알 맞는 말을 하기가 어디 쉬운가? 노래의 말미에는 ‘아! 테스 형’을 여덟 번을 되풀이하며 간절하게 부른다. 나훈아는 이제 2500년 전에 살다간 대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는 도인의 경지에 이르니 ‘가황(歌皇)’이라고 불리 워 전혀 손색이 없다. 일개 가수에서, 나라의 선생으로, 다시 철학적인 가황으로 등극한 나훈아의 치열한 정진으로 획득한 한마디 한마디의 선언 속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가치관과 할 일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개인적인 사랑인 효(孝)를 지향하고 사회적인 약속인 충(忠)을 펼쳐 삶의 궁극인 도(道)에 이르는 것이 한민족의 정통가치관이다. 효충도(孝忠道)를 아우른 사람이 다름 아닌 단군 왕검 할아버지의 개천의 건극(建極)인 ‘홍익인간’이다. 올해 개전절의 슬로건인 ‘우리 함께, 널리 이롭게’는 홍익인간이 되어 효충도를 실현하자는 뜻에 다름이 아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세계의 1등 국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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