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파사현정(破邪顯正)
진주성-파사현정(破邪顯正)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11 15:50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파사현정(破邪顯正)

최근 불교계의 종단 지도자들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현 시국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스님이 적폐청산을 두고 국민들간에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여론을 전하자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부분은 불교계에 파사현정 정신이 있는 만큼 적폐청산 자체를 불교계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파사현정은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불교 용어이다. 불교에서는 파사현정이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사악한 것을 깨닫는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므로 얽매이는 마음을 타파하면 바르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특히 삼론종(三論宗)의 중요한 근본 교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악함이 판을 치게 되는 사회는 타락하고 급기야는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진리이다. 반대로 정도(正道)가 바로 서면 그 사회는 건전하고 국가는 융성하는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이치이다. 만약 한 개인이 정도를 걷지 못하게 되면 그 자신과 가족 및 가까운 몇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만 고관대작이나 위정자가 사악하면 그가 소속한 조직과 사회 및 국가에게까지 위해를 끼치게 된다.

따라서 권력을 가지거나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와 국가에 위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세계를 보노라면 힘과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정도를 걷기 보다는 사악한 방법으로 정치를 하거나 돈을 벌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오죽하면 ‘가진 자가 더한다’는 자조가 국민들 속에서 터져 나오겠는가. 정의가 사악함을 이기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은 항상 절망하는 것이다.

가진 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가치구현에 부합하지 않고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하거나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그 결말은 좋지 않게 되는 것이 이치이다. 우리나라 사회에 파사현정이 제대로 이루어져 국민 모두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이고 쌓인 적폐들이 청산되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기대는 노납만의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