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개미와 베짱이(2)
도민칼럼-개미와 베짱이(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11 15: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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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개미와 베짱이(2)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하신 성경 말씀과 함께, 개미와 베짱이(1)의 이솝이야기를 앞에서 언급했었다.

자식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는 때쯤 이면 우리부부가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겠지 했던 막연한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꿈은 여지없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마흔 나이가 되어가는 아이가 결혼은 생각도 않으며 다니던 직장도 막연히 힘들다 하면서 집에서 하릴없이 허송세월만 하고 있었으니 노후자금으로 쓰기 위해 어렵게 모아 놓았던 천만 원이 넘는 카드빚을 갚아주며 애를 태웠던 적이 있었다.

대학을 공부한 고급인력이라 월 급여는 저네 엄마가 요양보호사로 받는 급여의 2.3배를 받는다고 봐야 한다. 어렵게 공부해 십년 넘게 일했던 직장을 막연히 힘들다며 팽개쳤던 것이다. 젊었을 때 하루 놀면 늙어서 십 년 후회를 하게 된다는 부모의 잔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개미와 베짱이의 이솝이야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옛날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라는 말이 실감 났었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이 때 사람들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로 일하러 다녔었다. 부모님의 일을 도왔으며. 결혼해서도 부모님을 모셨었다.

부모를 봉양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은 늙어서까지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미 자식들의 효도를 받고 편안하게 사는 꿈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다음은 개미와 베짱이 비슷한 ‘꿀벌과 매미’ 이야기를 꾸며 보았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삼복더위인데도 꿀벌은 쉬지 않고, 이 꽃 저 꽃을 다니면서 꿀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매미는 정자나무에 올라앉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다가는 낮잠을 즐기기만 했다.

어느덧 가을이 오니 아차 했지만 이미 꿀벌들이 먹을거리들은 거두어들인 후였었다. 매미는 어렸을 때 부모 매미들이 차려주는 것만 먹고 자랐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모매미들이 사고로 죽고 말았다. 부모들이 모아 놓은 먹이를 먹고 노래만 부르고 놀 기만했다. 그러다가 추위가 다가오고 먹을 것이 떨어졌지만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보지 안했기 때문에 농사일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추운 겨울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와 일을 해주고 먹을 것을 구할 만한 일자리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꿀벌 집에 먹을 것을 구걸하러 갔다고 한다. 꿀벌 집에는 난롯불이 훨훨 타고, 매미가 부르고 기타연주를 했던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식탁에는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가족들이 막 식사를 하려던 참이라고 했다. 매미는 모깃소리만큼 작은 소리로 “배가 고파 왔습니다”라고 들릴 듯 말듯 말하자, 마음씨 착한 꿀벌 부부는 아무런 핀잔도 없이 꿀 한 단지를 내주었지만 매미는 그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죽게 된 이유는 꿀단지 하나로는 겨울나기기가 턱없이 모자랐고 계속되는 폭설로 길이 막혀 구걸하러 다닐 수도 없어서 굶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매미와 꿀벌 이야기는 인터넷에도 없는 얘기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내가 덧붙여 꾸며본 얘기다.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온갖 궂은일이라도 해봐야 하고 고생을 해 봐야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 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은 남편노릇 힘들다며, 아내노릇 힘들다며, 그리고 부모노릇 힘들다며 베짱이와 매미처럼 결혼을 거부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며 사는 자식들이 많다. 비록 싱글로 살겠다손 치더라도 매미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구해다 준 먹이만 먹고 지낼 것이 아니라, 궂은일을 체험을 해봤더라면 그리고 일하기 싫어서 비가 온다며 놀고, 덥다고 해서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어야 했다. 먹을 것을 준비해 놨어야 꿀벌처럼 따뜻한 방안에서 겨울을 나지 안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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