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어쩌다 80대 타수
아침을 열며-골프, 어쩌다 80대 타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19 14: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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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어쩌다 80대 타수

어느덧 10월의 중순이다. 아침과 저녁으로 제법 쌀쌀함이 느껴진다. 반팔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외투를 챙겨 입고 나올 정도다. 주변의 나무들도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이렇듯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골프 연습장에는 대기 시간이 확연히 늘어나서 평균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또한 이전에는 한산했던 퍼팅 연습장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더운 날씨로 접고 있다가 골프 입문을 위해 레슨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골프 연습장이 이런 상황인데 실제 골프장은 짐작이 간다. 인근 거의 모든 골프장의 2부(대략 오전 11시~오후 1시에 시작되는 시간) 시간대는 한 자리(티오프)도 없다. 이쯤 되니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가령 00CC 같은 경우는 인터넷 예약이 올라오자마자 2부 티오프 시간대는 바로 마감되어 버린다. 혹자는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골프장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 이유 중의 하나는 코로라 19 여파로 골퍼(golfer)들이 외국으로 골프 여행을 못 나가기 때문에 국내 골프장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고 한다. 그럴듯한 얘기다. 주변 지인은 태국 치앙마이(Chiang Mai) 근처 사 놨던 골프장 회원권을 써보지도 못하고 날려버렸다고 아쉬워한다.

‘골프’란 운동은 참으로 묘한 운동이다. 오죽했으면 ‘자식과 골프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하겠는가! 열심히 하면할수록 더 안 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손가락이 벗겨지고 온 몸이 뻐근할 정도로 열심이지만 좀처럼 타수가 줄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100대 타수를 차는 사람은 90대 타수로, 90대 치는 사람은 80대 타수로, 80대 치는 사람은 70대로, 70대 차는 사람은 언더파(under par, 18홀을 규정된 타수인 72타 이하로 치는 것) 치기를 꿈꾼다. 입문자나 초보자가 100대 치는 것은 당연하나 3년 이상 심지어 10년 이상의 구력으로도 90대 타수를 치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골프 타수(스코어(score))에 대한 생각이 바꿔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비로소 타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건드린다면 피곤함만 더 할 뿐이다. 나름대로 한번이라도 80대 타수로 접근해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일단 18홀 중 4개의 숏홀(short hole, Par3)에서 최소 1~2개는 파(Par(규정타수로 홀 아웃 함))를 해야 한다. 숏홀은 말 그대로 비교적 짧은 거리로 세팅이 되기 때문에 무난하게 파온(Par On, Par5(3번 만에 온 그린), Par4(2번 만에 온 그린), Par3(1번 만에 온 그린))을 시키면 파(par)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이후 2퍼트로 홀 아웃 할 수 있게 평상시 꾸준한 퍼트 연습도 필요하다. 그 다음은 14개홀의 드라이브샷에 집중해야 한다. 드라이브로 멀리 칠 필요도 없다. 대개 200m 전후면 파온에 문제가 없다. 객기(客氣)를 부리거나 힘주어 치다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헤저드(hazard, 공이 웅덩이 등에 빠짐)나 OB(out of bounds, 경계선(허용구역) 밖으로 벗어남)가 되면 난감해진다. 그러니 멀리 보다는 안전하게 페어웨이(fairway, 잘 다듬어진 구역)에만 갖다 두면 성공이다. 그런 다음 프로선수들처럼 혹은 중고수(中高手)들처럼 무리하게 파온 시도하기 보다는 1타를 더 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무난하다. 예를 들면 미들홀(middle hole, Par4)의 경우 2번 만에 올리는 파온의 전략보다 안전하게 3번 만에 온 그린 하는 작전이다. 그래서 보기(bogey, 규정타수 보다 1타를 더 침)만 하면 된다. 결국 14개의 롱홀과 미들홀은 보기(+14), 4개의 숏홀에서 파 1개(0), 보기 3개면 총 합이 +17타, 결국 89타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80대 타수의 진입은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 80대 타수는 골퍼의 운(運)과 만용(蠻勇)보다 지혜로운 전략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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