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2)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19 14: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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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12)

안락사(安樂死)를 반대하는 쪽은 ‘인간이 창조의 질서에 임의적이고도 믿을 수 없는 방법으로 월권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락사는 죽어가는 환자의 의지에 맞추어 실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위스에는 ‘안락사연합회’라는 것이 있는데 회원수가 6만3000명이다. 이 단체는 스위스에서는 법적으로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스위스 국적을 가진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주로 불치병을 앓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며, 1942년부터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1997년에는 국제연합으로 조직을 확대하기도 했다. 안락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엄격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말기 환자이면서 스스로 행위에 대한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치매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우울증 등 판단 능력이 의심스러운 환자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안락사를 선택한 환자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다. 모든 안락사 시술은 시행 후 당국, 즉 검시관이나 경찰에 보고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철저한 체계 덕분에 문제가 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연간 약 6만 명의 사망자 중 대략 1600명가량이 안락사를 택한다. 의사는 극약을 처방하기만 하고 환자 스스로 복용하는 의사조력 자살 방식이다. 환자는 가족에 둘러싸여 외롭지 않게 그리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때 자원봉사자는 환자 옆에서 “빛이 당신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편안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독일에서는 안락사가 법의 처벌을 받는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에서 1938년에 설립된 ‘안락사협회’는 안락사를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끝낼 목적으로 통증 없는 수단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끊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안락사를 긍정하는 의사가 30명도 훨씬 넘는 사람에게 그들이 좀 더 빠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3번이나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모두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 의사는 “그는 개인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를 보호해 주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 2018년 현재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 워싱턴 주, 버몬트 주, 몬태나 주, 캘리포니아 주 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안락사가 살인죄이며 존엄사(尊嚴死) 관련법조차 없다. 안락사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락사에 대한 교황청의 선언은 다음과 같다. ‘환자가 자기 책임에 따라 죽음의 시간 내지 죽음의 날을 결정한다면, 창조주의 독점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임박해 있고 더 이상 어떤 치료로도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면 치료 포기를 양심에 따라 결정해도 좋다. 단, 이런 경우에도 환자에게 시행해야 할 정상적인 도움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고 있다.

죽음의 종류를 계속해서 열거해 본다. 압사(壓死, 무거운 것에 눌려서 죽음), 역사(轢死, 차나 기차 등 바퀴 달린것에 치여 죽음), 요사(夭死) 또는 요절(夭折, 젊어서 일찍 죽음), 유사(瘐死, 감옥에 갇혀 고문등으로 고생하다 죽음), 액사(縊死) 또는 교사(絞死, 목을 매어 죽음), 익사(溺死, 물에 빠져 죽음), 자연사(自然死) 또는 평온사(平穩死,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함을 잃지 않는 품격 있는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1976년에 관련법이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으며, 타이완에서는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장사(杖死)·장폐(杖斃)·장살(杖殺, 장형(杖刑)을 당하여 곤장(棍杖)에 맞아 죽음), 존엄사(尊嚴死, 하나의 인격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는 일). 현대 의학의 연명기술 등이 죽음에 임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무시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반성으로 인식하기 시작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또는 그런 견해. 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훌륭한 죽음이란 단순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죽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가족에 둘러싸인 채 집에서 죽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전문적인 간호인이 딸린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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