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성배 시인의 이어도 주막
아침을 열며-이성배 시인의 이어도 주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0 13:0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이성배 시인의 이어도 주막

아무리 무거워도/ 뜨지 못하는 배는 없고/ 아무리 파도 쳐도/ 가지 못할 길은 없다/ 배를 띄우는 것도/ 배를 움직이는 것도/ 결국 물이다/ 물 위에서/ 배는 가장 안전하다// 삶이 아무리 무거워도/ 세상파도 아무리 높아도 그 세상 속에 있을 때/ 당신의 항해가 가장 안전하다 (이성배, ‘배’)

인생이 인생인 것은 세상 속에 있기 때문이며 사람이 사람인 것도 세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성배 시인은 세상을 바다로 본다. 그리고 바다를 사랑한다, 또 그는 이 세상을 바다와 똑 같은 무게로 사랑한다. 위에 인용한 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물고기가 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세상을 떠나서 살 수 없다. 시인은 혹여라도 사람이 사는 게 힘겨워 세상 밖으로 소외되는 것이 염려되어 아무리 그래도 세상 속에 있으라고 당부한다.

이처럼 이성배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나와 독자들이 속해 있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을 향한 그의 애정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시 <심해 새우>에서 ‘서울역 계단 내려서면/ 빛 닿지 않는 심해’라고 하면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형상화한다.

대한민국 바다시인이면서 부산항을 알은 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성배 바다시인이 부산항을 향해 인사를 하기를. ‘안녕, 부산항’ 이라며 ‘세상 끝을 향해 바다로 떠난다’ 다음은 ‘안녕, 부산항’의 부분. ‘남항 일자부두에 묶은 계류삭 풀고/ 블루피터 높이 걸어라/…땅에 오르면 바다 그립고/ 바다에 들면 또 땅이 사무치는 뱃사람 가슴앓이…세상 끝을 향해 바다로 가자’

이성배 시인은 바다를 사랑하듯 세상을 사랑하는데 그 모습은 씩씩하고도 풍성하다. 씩씩한 것은 그의 마음이 진정하고 진실하기 때문이다. 우리 준 많은 사람들은 살아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억지로라도 하면서 건강함과 씩씩함을 저당 잡히곤 한다. 그러나 그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바다가 좋으면 간보지 않고 그리로 가고 사랑을 하고 풍성함은 자연 따른다.

시집 <이어도 주막> 안에 수록된 시 전부를 인용하고 싶지만 ‘폐선 항해’를 끝으로 마무리해야겠다. 배도 수명이 있으니 폐선 결정이 나면 마지막 항해를 하는 모양이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뱃길 있지만/ 돌아오지 않기 위해 떠나는 항해도 있다’ 마지막 이 말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무척 짠하다. 시집의 마지막 시까지 알뜰히 읽고 접으며 다음 주말엔 꼭 바다로 가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