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보름달 기도
아침을 열며-보름달 기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2 17:07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보름달 기도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추석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전해져 오는 말이 있다.

한가위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큰 명절로서 가배, 가위, 가윗날 또는 추석을 가리키는 말로서 추석(秋夕)은 한문이고, 한가위는 우리말이다. ‘한’은 ‘크다’라는 의미이고, ‘가위’는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중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하며, 이 두 가지 말을 합하여 ‘한가위’ 즉, 수확으로 풍성한 계절의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수확도 많으니 마음도 여유롭고 너그러워지는 시기에 우리 선조께서는 그 해 첫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정성껏 상을 준비하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과 온 가족이 모여 풍성한 먹거리를 함께 나누며 행복으로 시간을 채우셨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고유의 풍속도가 달라졌다. 정책 또한 개개인의 방역수칙과 감염의 위험 차단을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고향방문을 자제하길 권고하였고, 각 지자체에서는 대리 벌초 신청을 받았으며, 원격 통신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일가친척에게 안부를 대신하는 이색적인 추석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올해는 태풍으로 인한 폭우와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로 수많은 이재민과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 때문에 생계의 위기에 놓여 힘들어하는 자영업자 등 현재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시름과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이들도 있어 즐거워야 할 추석이 서로에게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지낸 명절이 되었다.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이들, 차례를 지낸 후에 부모님은 자식의 손이나 차 트렁크에 뭔가를 주섬주섬 넣어주셨고, “들어가세요”, “조심해서 가”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로 되돌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저절로 미소가 만들어지곤 하였지만, 이번 추석은 불과 얼마 전의 흥겨운 모습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그리워졌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번 추석의 보름달은 크고 곱게 떠올랐고, 마치 우리를 비추며 “괜찮다, 괜찮다”고 모두의 마음을 토닥이며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예전 어릴 적 우리내들이 추석이 되면 다 같이 모여서 둥근 달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던 것처럼 이번 추석 보름달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코로나19의 종식과 빠른 경기회복이 이루어져서 마스크 없는 세상이 오길 빌어보았다.

“달님~ 달님~, 우리 모두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환하게 웃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