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실로 다가오는 지방대학의 위기
시론-현실로 다가오는 지방대학의 위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5 14: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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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현실로 다가오는 지방대학의 위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가 발등의 불로 현실화 되고 있다. 수능응시자 수보다 대학의 입학정원이 많은 기형적인 현실이 위기의 근본원인이다. 지난 13일 마감된 수시원서 접수 결과 부산, 울산, 경남, 제주 지역 전문대 22개교중 5개 대학을 제외한 17개 대학의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내려갔다. 학생 한명이 평균 4곳 정도 대학에 지원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쟁률이 4:1정도 되어야 정원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 4:1미만 대학이 10개 대학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자료에 의하면 2024년에는 입학자원이 12만4천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현재의 대학입학정원이 유지된다면 2024년에는 정원 2,000명 대학 60여개가 문을 닫아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게 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암울한 상황이다. 그나마 도시지역에 있는 대학의 경우 그동안 부족한 입시자원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숨통을 터 왔지만 코로나19사태 이후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어렵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남도립거창대학은 오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지역균형발전과 소외된 지역의 고등교육기회 확대 차원에서 1996년 전국 최초로 군단위 지역에 설립이 되었다. 우리대학 재학생의 70프로가 국가장학금 대상자일 정도로 아직도 어려운 계층의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으며 졸업 후에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도 월등히 높다.

국가의 시책에 따라 설립된 공립대학이지만 설립초기에 시설비 등 일부 국비지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지방재정에 의존하여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전국의 7개 도립대학 모두 재정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여기에는 정부정책에 따라 입학금을 면제하고 등록금은 사립 전문대의 절반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재정난의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겨둘 경우 벽오지에 소재한 도립대학은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경남의 도립대학은 서부경남의 끝자락인 거창과 섬지역인 남해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도립대학이 고사되도록 방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시장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설립되었고 국립대학교와 마찬가지로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도립대학을 시장논리에 맡겨둔 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가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좋은 시설, 좋은 프로그램, 우수한 교수진이 있다면 위치에 관계없이 성공할 수가 있다. 다만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도립대학은 국립대학교와 같이 공적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개교초기 5년간 연간 5억원, 총 25억의 국비지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시설비나, 운영비 지원이 그동안 없었다. 공영형 사립대학까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기존에 공립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교수가 “국가에서 옥동자를 낳아서 삼촌한테 맡기고 양육비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는데 국가로부터 외면 받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도립대의 현실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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