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거창군연합사업단 석도상 팀장 “봉사는 정직한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
농협거창군연합사업단 석도상 팀장 “봉사는 정직한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
  • 강미영기자
  • 승인 2020.10.25 17:2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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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즐긴 카메라 촬영…첫 공모에 동상
나의 재능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
30여년 봉사활동 이어가는 마음의 원동력
“정직하고 가난하지만 남을 도와 행복하다”

산청 봉사동호회 ‘빛을 담는 사람들’ 결성
개인사업자·공무원 등 다양한 멤버 구성
장수사진 재능나눔으로 어르신 건강 기원
평소 찍은 풍경사진 전시도…수익금 기부
▲ 30여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농협거창군연합사업단 석도상 팀장은 “봉사는 자신의 마음이 정직하게 우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기자

고인이 생에 남기는 작별의 흔적인 영정사진. 이전에는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두면 수명이 짧아진다거나 불의의 사고가 생긴다는 미신이 널리 퍼져있었다. 하지만 사진기술의 발달과 사후를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오히려 영정사진을 먼저 찍음으로써 장수를 기원하는 트렌드로 변모했다.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엄숙하고 진중한 표정 대신 남은 이들을 달래주려는 듯 밝은 웃음을 짓기도 한다. 어르신들에게 이런 영정사진을 마련해주기 위해 오늘도 발품을 파는 이가 있다. 농협거창군연합사업단 석도상 팀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저는 영정사진이 아니라 장수사진이라 부릅니다.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헌신의 자세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석도상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노인 시설 봉사활동, 소년소녀가장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그는 산청지역 사진촬영 동호회 ‘빛을 담는 사람들’ 회장직을 맡으며 회원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 촬영 재능기부로 소문나 있다. 그 선행이 널리 퍼지면서 2007년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 보건복지부 장관상, 2009년 경남도자원봉사상 자원봉사자 부문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농촌에서 보릿고개를 겪으며 어렵게 살아온 석도상 팀장은 당시 공부를 하고 싶은 열망은 누구보다 강했으나 육성회비를 내기는커녕 도시락을 챙기지도 못해 물로만 배를 채워야 했다. 그 어려운 환경을 겪고 자란 그는 그때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2009년 자원봉사자대회에서 자원봉사자 수상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자원봉사자대회에서 자원봉사자 수상을 받고 있다.

석도상 팀장은 “어려운 사람들이 좋은 길을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 90년도부터 농협에서 근무를 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자 사회봉헌을 시작하게 됐다. 월급이라는 고정된 수입원이 생기니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정과 여건이 생겼다. 그래서 적은 금액이지만 월급의 일부를 계속해서 기부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한몫에 큰 돈을 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월 10~20만 원 정도 적은 돈을 꾸준히 모으다보면 어느새 1000만 원, 2000만 원이 된다. 어찌 보면 초라한 기부이지만 모두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선행은 기부로만 그치지 않는다. 학창시절 야학을 다녔던 아픈 기억을 가진 채 가정형편이 힘든 학생들을 위한 야학 수업을 시작으로 장애인·노인 시설 등지를 방문하고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지원도 나서고 있다. 취미인 사진 촬영을 통한 재능기부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는 산청 장애인시설 이레마을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재능기부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이나 여가 시간에 일 대신 다른 취미를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손이 가게 됐다. 1994년 당시 마산mbc문화방송에서 연 공모전에 ‘논이 가물어서 죽은 물고기’ 사진으로 참가해 환경사진 부문 동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 내게 사진 찍는 재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재능을 남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지난 8일 산청 신등면복지회관에서 빛담사 회원들과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8일 산청 신등면복지회관에서 빛담사 회원들과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시상금 30만 원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산 석도상 팀장은 그 이후로 타인을 위한 사진기사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 풍경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직접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각종 시설에 기부했다. 2004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총 5번의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에게 기탁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지금은 ‘빛을 담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조직해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석 팀장은 장수사진이라는 명칭에 대해 설명하며 “2000년대 초반 처음 재능기부를 시작했을 땐 ‘영정사진’이라고 접근했다. 그 시절엔 아무래도 죽음이 연상되다 보니 다들 영정사진을 미리 찍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어르신들은 ‘이거 찍었다가 죽는 거 아니냐’, ‘먼저 간 남편을 보겠네’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사는 의미로 ‘장수사진’이라 이름 붙였다. 장수하자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어르신들이 생에 가장 밝은 웃음을 짓게 하도록 유도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웰빙이 유행하면서 호응이 잘 됐다. 이제는 오히려 ‘왜 요즘은 사진을 안 찍어주십니까’ 소리도 듣는다”고 웃었다.

그가 렌즈에 담는 대상은 주로 저소득농가나 독거노인들이다. 요앙시설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촬영하기도 한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한 사람당 5~10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편집 및 보정까지 거치면 30분이란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그렇게 2000명이 넘는 사람과 마주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땐 혼자서 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뜻이 맞는 빛담사 회원들과 같이 하고 사진 후처리도 업체에 맡기면서 훨씬 나아졌다. 빛담사는 스타일리스트, 개인 사업자, 공무원, 언론인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돼 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니 더욱 힘이 나더라. 어르신들의 가장 아름답고 밝은 모습을 찍은 다음 인화하고 액자에 전시해 드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가끔은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지역 상갓집 조문을 가게 되면 내가 찍은 사진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생각보다 그런 일이 많다. 그럴 땐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난 2008년 산청복음전문요양원에서 진행한 어르신들 발씻기 봉사활동.
지난 2008년 산청복음전문요양원에서 진행한 어르신들 발씻기 봉사활동.

30년의 세월 동안 그가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마음의 버팀목은 바로 ‘정직하고 가난하지만 남을 도와 행복하다’는 초심이다. 석 팀장은 자신의 몸이 도와줄 때까지 10년이고 20년이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며 상을 받고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주변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진심으로 우러나는 봉사가 아니라 콩고물 때문이 아니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석 팀장은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마음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언론에 비치니까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 점을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 지난 2007년, 20009년에 사회복지상을 받았다.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여러 곳에서 손을 내밀었다. 그들 모두를 도우다 보니 정작 내가 원하던 목표를 놓치는 경우가 생겼다. 그 때의 경험으로 지금은 조용히, 흔들리지 않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의욕보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미래를 보면서 꾸준히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산청군 장애인생활시설 이레마을 장애인들과 함께한 청와대 나들이.
지난 2008년 산청군 장애인생활시설 이레마을 장애인들과 함께한 청와대 나들이.

이어 “봉사는 자신의 마음이 정직하게 우러나야 한다. 그 마음가짐이 봉사자의 재산이다. 요즘 각종 시설에서 기금을 횡령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래서는 안 된다. 봉사활동을 첫 시작할 때 가지는 헌신의 마음으로 10년, 20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사회가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물질이 아닌 재능으로도 기부할 수 있단 것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의 공헌을 실천하며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담아주는 석도상 팀장. 그는 빛담사 회원들과 함께 장수사진 촬영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다. 겸손과 정직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선행이 세상을 환하게 밝힐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강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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