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3)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6 15:1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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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13)

대부분의 사람에게 ‘훌륭한 죽음’은 아마도 갈등과 오해를 다 푼 뒤 잠을 자다가 죽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존엄사라는 용어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1997년에 제정한 존엄사법으로부터 유래한다. 그 안에 의사조력자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용어가 보편화되면 안락사까지 포괄하는 입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이 용어에 찬성하는 입장은 ‘존엄하게 임종을 맞이할 환자의 권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한다. 일본은 미국 법에서 규정한 ‘자연사’에 해당되는 부분을 ‘존엄사’로 번역해서 논의하고 있다. 어떤 죽음이 존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화나 사회마다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 한국은 그 문화에 맞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 용어가 갖는 근원적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존엄사는 환자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반영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소극적 안락사는 연명의료를 했더라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망한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죽음의 종류를 계속해서 열거해 본다. ▲중독사(中毒死, 약물이나 가스등의 독에 의한 죽음), ▲질식사(窒息死, 연기 등으로 숨을 못 쉬어 죽음), ▲참사(慘死, 참혹(慘酷)하게 죽음), ▲추락사(墜落死, 떨어져 죽음). ▲탈진사(脫盡死,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력을 다 잃은 경우의 죽음), ▲폭사(暴死, 갑자기 참혹하게 죽음), ▲폭사(爆死, 폭발로 인한 죽음)

▲임사체험(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 일명 근사체험) 미국의 정신과의사 무디 주니어가 1975년 처음 사용한 이후 널리 퍼졌다. 번개에 맞아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임사체험을 겪었다는 보고가 종종 있었으며, 최근에는 응급의료 체계가 발달하면서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 많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어 임사체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임사체험은 모든 문화와 사회에서 시대를 떠나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들의 체험에서 많은 비슷한 특징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적인 경험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체외유리(體外遊離) 혹은 유체이탈(有體離脫, Out-of-body)경험인데 이는 자신이 자기 몸 밖에 나와 있는 경험이다. 보통 2∼3m정도 높이에서 자신을 내려다본다. 주위의 방이나 공간,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물도 분명히 보이는데,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꿈이나 환각(幻覺)이 아니라 극히 생생한 현실처럼 경험된다. 마치 공중을 ‘떠다니거나’, ‘날아다니는’것 같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체외유리 경험은 두려움이나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고,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고립된 느낌도 든다고 한다. 둘째는 기쁨 혹은 환희(歡喜)인데 임사체험의 감정은 대부분 환희나 기쁨이라고 한다. 셋째는 터널·빛·죽은 친지·자신의 과거 행적을 보는 것이다. 몸에서 빠져 나온 의식은 이제 번쩍이는 빛, 때로는 터널이나 굴뚝을 보게 되고 다시 초월적인 곳으로, 삶이나 시공간(視空間)을 초월한 미지의 어느 곳으로 끌려간다. 죽음에 임박했던 모든 사람이 임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마다 다양해서 4%라는 연구도 있고, 85%라는 연구도 있다.

그 외 ▲영광스러운 죽음, ▲치욕스러운 죽음, ▲장렬한 죽음, ▲치졸한 죽음, ▲비겁한 죽음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요즘은 특히 ‘가난한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는 세상이 되었다. 옆집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의아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주검은 뒤늦게 발견되고 경찰은 그제야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을 찾아 나선다. 가난하게 죽은 사람의 유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하고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하며 재산 포기각서를 민첩하게도 빨리 쓴다. 가난하게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가스와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미납요금 경고장이 우편함에 빽빽하게 꽂혀 있다. 가족은 연락을 끊어도 채권자는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다.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들이다. 1인가구도 늘어나고 독거노인도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이웃집 담 넘어에서 들려오는 통곡소리가 들린 지 오래 되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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