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삼성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며
기고-삼성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8 15:01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수화/작가
강수화/작가-삼성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며

카이스트에 766억을 기부한 이수영회장이 어느 언론에 나와 인터뷰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MC가 물었다.

“회장님은 서울대 출신인데 모교에 기부하지 않으시고 왜 카이스트에 기부하셨는지요?”, “내가 말이야 기자 생활 하다가 사업을 하게 됐어. 국가에 세금을 내다보니 기업이 국가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 국가는 기업에서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연륜이 있고 모든 면에 자신이 있어 그런지 누구에게나 반말, 전혀 불편하거나 듣기 싫지 않았음)
“아, 네에. 제 질문은 왜 서울대가 아닌 카이스트에 기부하셨느냐고 여쭸는데요?”, “삼성이 우리나라에 내는 세금이 얼만지 알아? 아마 우리나라 세금의 약 16% 이상을 삼성이 낸다고 보면 돼. 우리나라를 이만큼 살게 해준…”, “저어 회장님, 제 질문은 삼성에 관한 것이 아니고…, 왜 서울대가 아닌 카이스트에 하시게 되었냐는…”, “들어봐!”, “네”,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것, 벤처 기업을 가장 많이 일구고 또 그럴 가능성이 있는 카이스트에다 했다고 보면 돼…”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쥐꼬리만 한 급여에서 세금으로 떨어져 나가는 돈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다. 꼭 도둑맞은 것처럼 억울하기까지 했다.

남편이 대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고액 연봉자라 세금으로 약 40%로를 떼 내 가는 것 같았다.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줬다며 주는 인센티브에도 어김없이 30~40%를 갈취해 갔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얹혀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여곡절 끝 사업을 하게 되고 내가 회사 재무에 관여하게 되었다.
법인세(소득세), 재산세(회사 토지, 건물에 대한 세금), 직원들 4대 보험료, 부가가치세(물론 거래처에서 받은 것과 우리가 낸 것을 차감해서 낸다)등, 분기별 한 치 어김없이 내야 하는 세금, 세금을 납부할 때마다 나는 정부를 욕하며 툴툴거렸다.
“정부가 지능적인 도둑이나 다름없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뺏어가나?”,
“대기업들이 내는 것에 비하면 세발의 피나 다름없는데 뭘. 대한민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해 봐. 기업들이 내는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무형의 상징이라고 해야 하나? 세금을 내지 못할 거면 사업도 하지 말아야지…” 남편은 그런 나를 타일렀다.

이수영회장의 인터뷰를 보며, 대한민국 세금의 16~20%를 삼성이 부담한다는 것에 전율이 일었다. 그 수치가 얼마나 큰지, 쥐꼬리만 한 세금을 내는 회사로서 드디어 체감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이만큼 살게 한 기업이라는 것을 도저히 부인할 자신이 없다.

부정승계 의혹 등, 삼성공화국이 나라를 잠시 흔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으나 그런 것들은 법이 심판할 문제고, 오늘만큼은 그분을 애도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부강한 나라로, 한국경제를 선진대열로 이끌어 온 것에 머리 숙여 감사하며 삼가 애도를 표한다. 부디 저승에서도 대한민국을 굽어 살피소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