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금 바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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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03 16: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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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지금 바로 여기

낙엽이 떨어지듯 사람도 한순간에 생을 이별한다. 이 가을, 동무의 부고를 받고 서울을 올라가는 길, 본인상이라는 문자가 참 먹먹하다. 하동에서 서울이 이제는 천릿길도 아닌데 단풍을 보러 온 행락객들과 섞이다보니 평소 걸리던 시간의 두 배가 걸려 겨우 도착했다. 코로나가 여전히 극성이지만 숨 쉬고파 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막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이제 우리는 이시기를 견디는 법에 대하여 익숙해져 가고 있다. 집 밖을 나서면 마스크를 써야하고 손을 잘 씻어야 하고 대중식당에서는 대화하지 않고 식사해야 한다. 엄마를 잃은 친구의 아이들을 안아주려다 가도 멈칫 거리게 되는 코로나 시대, 나는 엎드려 목을 놓았다.
험한 시기가 오니 그동안 누려온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새삼 더 느낀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나서 얼싸안을 수 있고 술잔을 부딪치며 늦은 밤까지 떠들던 풍경들이 이제는 낯설다. 아이들의 볼을 비비고 덥석 안아주던 일은 옛일 같다. ‘중대본’이라고 쓰인 문자에서는 요양시설이나 병원은 고령자가 많아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고 문자가 온다. 가지 말라는 글이다. 자식 얼굴 한번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요양원의 어르신들에게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한 지인은 얼마 전 자가 격리 14일을 견디는 답답함을 감수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다. ‘미국은 65세가 넘으면 코로나에 걸려도 병원에서 안 받아줘.’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뉴욕은 노인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장례 절차 없이 하트섬에 집단 매장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다행히 코로나 1단계가 되어 엊그제 전남 보성에 있는 평생대학을 가서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강의를 하고 왔다. 노래도 춤도 안 되는 세상이지만 박수로 몸 안에 기나 통하자고 건강박수도 치고 노래도 불러드렸다. 전염병예방에 관한 수칙만 잘 지킨다면 일상을 전 같지는 않겠지만 유지할 수 있다. 불행을 통하여 행복으로 가는 길을 배워야 할 때다.

올 한해 우리 지리산문화예술학교도 어려움이 많았다.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지리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재능 나눔을 하는 곳이 우리 학교인데 사람들이 모이기가 어려웠다. 입학식도 교사 임원만 모여 하고 여름축제도 할 수 없었다.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 하는 반별 수업도 사실 야외에서 하는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여 지역주민과 함께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옮길까 두려워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최세현 선생님의 ‘초록걸음반’은 매월 쉬지 않고 걸었다. 거리두기를 하고 시를 읊고 이 자연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을 통해서 마음의 평안이 바이러스 따위는 사라지게 했다. 산야초반 교사인 권순웅 선생님은 산야초는 사실 어릴 때부터 음식으로 일상적인 섭취를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 몸에 이상이 있으면 좋은 것이 없나 하고 찾는단다. 하지만 몸이 균형을 잃고 난 후의 섭생은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튀긴 음식에 치즈만 잔뜩 들어간 것들을 먹을 걸까? 내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다니도록 가족수강생을 오게 해야겠다는 고민도 해본다. 먹고 움직이는 몸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감성도 일깨워야한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는 그런 수업들이 많다. 사진 시 그림 목공 차 블랜딩 심지어 인테리어까지 이 문화예술을 서로 나눈다.

나이 오십 중반도 체 못 넘긴 내 친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한번은 꼭 가고 싶다는 글이 있다. 눈물이 후두둑 그 위로 떨어진다. 행복은 나중이 없다. 다음에 라는 말은 다한 후에다. 다한 후는 이세상이 아니다. 이달 14일에 우리는 마을축제를 한다. 힘든 시기지만 행복충전소를 만들려고 한다. 지리산행복문화제 ‘지리산에서 놀자!’하동야생차문화센터 야외무대에서 두 팔을 잔뜩 벌려도 닿지 않는 넓은 공간에 모여 마음은 바짝 붙어 놀아야겠다. 지금 바로 여기! 그래도 꽃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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