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체접촉 없는 정중한 인사법
칼럼-신체접촉 없는 정중한 인사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0 13: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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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신체접촉 없는 정중한 인사법

불가에서 열개의 손가락을 하나로 모아 합장(合掌)하고 절을 하는 것은 콧대 센 아상을 꺾고,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두 손을 밀착한 것은 잘난 것과 못난 것, 깨끗하고 더러운 것, 큰 것과 작은 것 등 일체중생이 하나라는 뜻이다.

합장에는, 견실합장(堅實合掌) 허실합장(虛實合掌) 금강합장(金剛合掌) 연화합장(蓮花合掌) 지권합장(智卷合掌)등 열두 가지가 있다. 합장을 하면 척추로부터 좌우균형이 잘 잡히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어 건강유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열손가락을 밀착시키면 바른 자세에서 바른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인사는 악수(握手)이며, 모자를 쓴 경우 거수경례(擧手敬禮)를 하고, 거리가 멀면 손을 흔들기도 한다.

모든 인사법은 무기를 찬 허리춤에서 손을 멀리 떨어뜨림으로서 적의나 공격의사가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코로나19시대의 새로 유행한 인사로는 서로의 주먹을 부딪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대에게 무례하게 주먹을 내미는 것은 보기도 민망하고, 품위도 없는 고약한 인사법이라 생각된다. 주먹에는 바이러스가 전혀 없다는 보장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보다는 종교를 초월하여, 전혀 신체접촉이 없는 정중하고 품위 있는 합장 인사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롭게 시도해보라.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와 체면 때문에 자신의 견해를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게 된다. 아무에게나 주먹을 내미는 행위를 과감히 개선해보자.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불가에서 합장하고 절을 하는 것은 머리를 숙여 자신을 낮추는 예절이다.

사람들은 대화중 말다툼이 일어나면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고개가 올라가고 눈을 치켜뜨면서 폭력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고개를 숙이고, 허리도 숙이면서, 무릎을 꿇고, 더 큰 잘못을 인정할 때는 납작 엎드려 이마를 땅에 대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에서 작은 실수나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 말을 할 필요 없이 행동으로 나타낸 것이, 자신의 신체 중 가장 높은 이마를 가장 낮은 바닥에 대면서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한다면 분쟁을 피하고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 그 순간, 부정적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그래서 하심(下心)하면서 자신을 바꿔가는 과정이 절수행이다.

절 수행은 좁은 공간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내는 탁월한 건강비법이다. 가끔 3보1배를 하는 경우, 3보를 걷고 1배를 하는데, 첫걸음은 탐욕, 두 번째 걸음은 분노, 세 번째 걸음은 어리석음, 이 모두를 완전히 비우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가려면 승자도 패자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패자도 스스로를 낮추며,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아야한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말고, 남보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겸손하면, 사회는 더욱 밝고 평화로워진다. 내적품위만 충실히 갖추면 외관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합장인사가 품위 있어 보이면 남들이 뭐라 하던 실천해보라. ‘다문지해(多聞知解)’이다.

들은 것은 많아서 알음알이만 있는 것이 가장 두려운 병이다. 해보고 싶은 것을 감추고, 감추고 싶은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결단이 요구된다. 통 큰 사람은 인내심도 강하고 변화도 빠르지만, 졸장부는 인내심도 약하고 변화도 느리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며, 내 인생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고, 남은 인생을 어디다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의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그저 남 따라 장에 가듯이 남들 하는 대로만 따라 살지 말고, 무의식의 세계를 긍정으로 바꾸어서, 새로운 삶으로 변화시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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