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검찰과 정의
진주성-검찰과 정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0 13: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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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검찰과 정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퇴임 이후까지 줄곧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 등 각종 부패 의혹에 시달려왔다. 그때마다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 왔으나 측근들의 자백과 잇따라 드러난 물증에 끝내 대법원으로부터 17년형이 확정되어 지난 2일 재수감되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맞붙은 박근혜 후보로부터 부패 의혹이 제기되었던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2007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러분!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스의 실 소유자가 아니고 도곡동 땅도 자기 것이 아니랬다. 국민 여론은 경선 승리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확신할 무렵이었다. 당시 검찰은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를 다 해도 다스가 이 후보의 것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검찰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언론이 제시한 각종의 영상자료를 보았기 때문이다. 특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지는 해이고 당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이명박은 떠오른 태양이었다. 예상대로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직후에 특검에서도 ‘당선인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범죄 사실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정의였을까, 양심이었을까, 아니면 실익은 없고 후한만 있을 것이 불을 보듯 뻔 하여 절대 권력자 앞에 미리 무릎을 꿇은 것일까.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도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과거와 현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처세술이었을까. 이후 특검에 참여했던 일부 변호사는 법률사무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 영포빌딩으로 옮겨갔다. 실익을 챙긴 것이다.

정의는 권력 앞에 굴종했고 양심은 실리 앞에 굴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어의 길로 들면서 “진실은 가두지 못한다”고 했다. 몸은 비록 구속될지언정 진실은 구속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검찰의 수사도 법원의 판단도 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말일까. 아니면 권력에 의한 억울함이라는 것일까. 혹여 진실이라는 단어로 더럽게 포장해버린 것은 아닐까. 무혐의 처분을 했던 의혹들이 어째서 번복되었을까. 지난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연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국민이 바라는 바다. 정의가 양심 앞에 비굴하지 않아야 하고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독립성과 중립성은 엄중하게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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