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상실과 분노의 정치
아침을 열며-상실과 분노의 정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1 15: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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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역리연구가
이준/역리연구가-상실과 분노의 정치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이 구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편견과 속단, 그리고 잔인한 대응에서 일어나는 사망 상처 등의 사고에 대항하는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말한다. 이 운동은 2013년 여름, 조지 짐머먼이 트레이본 마틴의 총격 사망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후, #Black Lives Matter라는 해시태그(#)로 시작되었다.

이런 운동이 지속되어 감에도 미국 주류사회 안에서 흑인 및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전 세계인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지난 5월25일에도 이런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자가용을 타고 있던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는 편의점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 4명에 의해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하여 체포되었다. 이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 중 한 명이 비무장 상태인 조지 플로이드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목을 무릎으로 눌러 약 8분46초 동안 숨을 못 쉬게 하여 질식사를 시켰다.

이 사건에 대한 추모집회는 많은 공감대를 이루어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진행되었지만 일부 폭력적 사람들이 차량을 파손하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등을 사용하면서 시위는 폭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을 소집하고 주지사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우리는 미니애폴리스 상황이 무법적 무정부상태와 혼란으로 빠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약탈자들이 많은 평화시위의 목소리를 삼켜버리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며 군 병력투입을 주문하였으나 에스퍼 장관이 동의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앙심(怏心) 삼았든지 지난 9일 마크 에스퍼를 국방장관직에서 해임시켜버렸다. 하지만 이는 매우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여준 트럼프다운 기행(奇行)의 하나에 불과하고 또 예측되었던 바다.

이런 기행적 행태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표결과에서 보았듯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매우 견고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과 여론조사 등에서 매우 대대적으로 확신에 찬 듯 예측하였던 것처럼 압도적 표 차이로 바이든이 이긴 것이 아니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신승(辛勝)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도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마냥 트럼프는 견고하고, 그를 지지하는 추앙세력들은 열광적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트럼프는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열광케 하고 있는가? 조심스럽게 이렇게 생각해본다. 중산층 이하로 전락한 ‘상심(傷心)한 백인 우월주의의 상실감’을 교활하게 파고들어 이들의 우월감과 미래에서의 가능성을 강력한 어조로 던져 주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상실감을 위로해 주고, 이들의 적개심과 분노를 영리하게 촉발시켜, 자기를 추종하도록 만드는 아주 고전적 술수를 구사하였다는 점이다. 아군은 확실하게 결집시키고, 적군은 철저하게 짓이겨 버리는 잔혹한 군사작전을 감행한 셈이다.

이런 방식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스탈린도 사용하였던 바람직하지 못하나 현실적 효과가 확실한 정치적 술수다.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를 하고, 내 편은 무한정 용서하며, 네 편은 아무리 옳더라도 틀린 것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분리와 적개심의 선동정치는 사회 투쟁, 정치투쟁의 곳곳에서 일어난다.

물론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다’는 변영로 시인의 말씀도 있지만, 진정한 진보는 복수(復讐)보다 용서(容恕)며, 참된 발전은 분열(分裂)보다 통합(統合)이고, 인류의 완결은 미성숙(未成熟)보다 성숙(成熟)이 아닐까 한다.

나는 우리 정치가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하게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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