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성-아내에게 바치는 감사의 인사
진수성-아내에게 바치는 감사의 인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2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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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아내에게 바치는 감사의 인사

친구 다섯 쌍이 모여 한 평생 동고동락하며 지내는데, 이번에 평생 고생한
아내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로 감사장을 수여하고, 부상으로 일백만원과 장미 한 송이를 바치고 감사의 인사장도 낭독하였는데 반응이 좋아 소개하고자 한다.

‘삼가 회고하건대 우리는 꽃다운 젊은 나이에 만나, 한 평생을 동고동락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시기는 일제강점기를 막 지난 해방이 되던 해 태어났으며, 여섯 살이 되던 해 6.25를 만나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그 처절했던 보릿고개를 넘으며 어렵게 성장했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고 배움의 끈도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못나서도 아니고 무능해서도 아닌 시대를 잘못만난 탓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절망과 고통과 아무런 희망이 없는 듯하더니, 하늘의 도움인지 그대들이 천사처럼 우리를 찾아주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잘나고 많이 배우고 유능하고 부유한 총각들도 많았을 텐데, 우리를 만난 것은 하늘의 뜻이었고 필연의 운명이 아닌가 싶나이다. 철이 들 던 남편을 만나 한 가지도 만족한 것이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시부모님 모시고 시동생 시누이 거두며, 연이어 자식들 뒷바라지 없는 살림에 죽을 고생하며 숨 돌릴 틈 없이, 하루도 내 날 같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대들의 나이도 70이 넘고 그 꽃처럼 이름답고 싱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삼단 같던 검은머리에는 어느 듯 흰 서리 내리고 보름달 같던 그 얼굴에는 주름이 잡히고 화살처럼 달리던 두 다리는 거북이걸음이 되었으니 이는 나이와 세월의 탓이 아닌 무능한 남편만나 죽도록 고생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고 지나간 세월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운명이요 전생의 인연인 것을...80이 다 된 이 나이에 이제 뒤늦게 철이 들어 그대들 고생하고 그대들 소중한 줄 깨달았으니 그래도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생하며 살아온 지난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을 것 같고, 석양은 이미 서산마루에 걸린 듯하옵니다. 지난날 남편들의 허물은 덮어 두시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불쌍히 생각하며 남은여생을 보내도록 합시다.

비유가 없어서, 쑥스러워서 차마하지 못했던 말, 사랑하는 아내 그대들, 사랑합니다. 진정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생했고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삼가 장미 한 송이 올리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장을 낭독하고 붉은 장미 한 송이씩을 올리니, 지난날의 고생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주름진 얼굴에, 두 눈엔 이슬이 맺혔다. 참으로 뜻깊은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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