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9.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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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표충사 전 주지, 땅 팔아먹고 도주 - 표충사 전 주지와 전 사무장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표충사 상가 일대 사찰 땅을 매매한 뒤 해외로 잠적, 이들이 장난친 땅이 16필지, 금액이 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짤막한 이 기사는 “집안 거실에서 잠자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이불에 싸인 채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한 제 2의 나영이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비극적인 뉴스와 1주일 사이 두 차례나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소식에 가려 잠잠히 묻혀버렸다.
그러나 표충사 주지가 사찰 땅을 팔아먹고 지난 달 중순 필리핀으로 잠적 했다는 이 소식은 표충사 신도와 밀양시민들에게는 나주 초등생 성폭행사건 못지않게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으로 와 닿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 신도들이 느꼈을 허탈감은 세계 최초로 제주 앞바다에서 참치양식을 성공적으로 해오다가 태풍 볼라벤에 의해 한 순간에 5년 동안 키워온 그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된 것보다 더욱 더 컸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풍이야 천재지변으로 사람이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지만 주지가 사무장과 짜고 신도들 몰래 사찰 땅 팔아먹은 짓은 전적으로 주지 한 사람 제 마음 먹기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폭행 사건과도 유사한 맥락이 있다. 성욕은 식욕과는 다르지 않는가. 식욕은 장기간 채우지 못하면 생명에 지장이 생긴다. 그래서 사흘 굶으면 담 안 넘어 가는 사람이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성욕은 정상인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이는 당사자가 제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컨트롤이 가능한 욕구다.
그런데 아동성폭력범죄자들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와 같이 성욕 자체가 병리적인데다 감정통제마저 잘 안 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새삼 수경스님이 떠오른다. 그는 4대강사업을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의 장례식을 치른 후, 어느 날 홀연히 주지자리에서 물러나며 승복을 벗고 잠적했다. 평소 그분을 아끼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런 행보에 어안이 벙벙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길이 그 어떤 주지자리보다 더 탁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설법과 참선과 염불뿐일 텐데 그 연세에 자신을 금이 간 목탁 같이 여기며 주어진 그 모든 특권들을 싹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주지가 떠난 뒷자리를 한번 보자. 한 사람은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오래전부터 사무장과 치밀한 기획을 했다. 반값에 거래된 땅값이 40억원이다. 그는 자신을 주지로 앉힌 사찰에도 믿고 따른 신도들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떠났다. 그가 잠시 앉았던 주지자리에는 태풍으로 썩어가는 가두리 양식장에 둥둥 떠오르는 우럭보다 더한 악취가 난다.
그렇다면 기독교나 가톨릭은 정말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솔직히 목사와 신부 중에도 표충사의 전 주지 같은 이가 없었던 게 아니다. 교회 건축헌금을 가지고 도주한 목사도 집사도 있고 아동성폭행문제로 법정 다툼까지 간 신부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하며 그 힘을 조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표충사 전주지가 매수자를 찾아서 주지실로 불러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걸로 보나 나주사건의 저 범인이 엄마의 오랜 지인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설법하는 주지나 아이들 안부를 묻는 그 입만 보지 말고 그들의 앞뒤옆모습과 두 손도 같이 봐야한다. 목사도 신부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두말 말할 것도 없다. 그래야만 우리가 믿고 만나는 이들로부터 이런 뒤통수를 안 맞으며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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