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장 금언(禁言)
아침을 열며-골프장 금언(禁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6 14: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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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장 금언(禁言)

어느덧 11월의 중순, 가을의 끝자락이다. 이놈의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망가지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며칠 연속 세 자리 숫자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만(16일 기준) 해도 확진자가 223명(국내 193명, 해외유입자 30명)이다. 곳에 따라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상향된 곳도 있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더 유행할 것이라는 예측 방송을 보면 마음이 꽤나 무겁다. 고려대학교를 포함한 대학가에서도 난리다.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이렇게 비대면 수업으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이번 주가 벌써 12주차에 접어들고 있기에 사정을 더욱 그러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몇몇 제약회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골프를 시작한지도 12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어떤 이는 골프 10년이면 웬만한 아 파트 1채는 팔아먹었다고 푸념한다. 더구나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리고 마음 적으로 온 힘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 실력은 늘 그 자리에 있다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연습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게 골프라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천하의 골프 황제라 불리는 타이거우즈 역시 16알 끝난 2020년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셉튜플보기(+7)를 기록했다.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한 홀 최대 타수(기존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6))를 기록하는 게 골프다. 황제마저 이럴진대 경험과 구력(求歷)이 일천(日淺)한 우리들이 골프가 좀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보기에 씁쓸했던 경험담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상대방(동반자)의 스코어(점수)는 가급적 묻지 않는 게 좋다. 특히, 1000원짜리 내기(bet)라도 걸려있으면 더욱 그렇다. 물론 내기가 아니면 물어야 할 이유도 없다. 초보자일수록 자신의 스코어를 정확히 헤아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서로 모를 때는 캐디(경기도우미)에게 물어보면 된다. 카트를 타고 가면서 스코어가 파(Par:0)니 보기(Bogey:+1)니 우기지 않았으면 한다. 10년 넘게 자신이 친 타수보다 더 부르는 동반자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내기에 대한 계산 때문이라면 언성(言聲)을 서로 높이지 말고 캐디에게 살짝 물어보면 된다.

아니면 동반자 중에서 제일 잘 치는 사람(高手)에게 조용히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언성을 높이는 순간부터 밀려오는 씁쓸함은 꽤나 기억 속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초보자의 길을 거치고 왔음을 기억하고 배려하는 골프가 되었으면 한다. 둘째, 좀 친다는 중·고수들이 들어야 하는 얘기다. 주변엔 아직도 90대~100대 타수의 공을 치는 이가 많다. 어떤 이는 100대 타수를 깨는 것(100대 타수에서 90대 타수로 가는 것)이 소원이고, 또 어떤 이는 90대 타수를 깨는 것(90대 타수에서 80대 타수로 가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잘 치는 70대~80대 초반의 고수들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타수이기도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면 곤란하다.

다시 말해서 파(0)나 보기(+1)를 쉽게 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보기(+1)나 더블보기(+2)를 하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넋두리는 동반자를 상심시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홀 보기(+1)의 90타, 모든 홀 더블보기(+2)의 108타는 누구에게는 꿈의 점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끔 보기(+1)한다고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중·고수가 이 글을 읽는다면 더욱 언행을 절제하는 미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셋째, 라운드 중에 이러쿵저러쿵 지적(指摘)질(레슨) 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도와달라고 묻지도 않았음에도 지적하는 것은 진짜로 아니다. 라운드 중 강제로 지적당한 사람은 그날 하루 종일 그것만 머리에 맴돌아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차라리 하수(下水)가 시원한 샷을 날리면 서슴없이 ‘굳샷~’ 혹은 ‘와~멋진데’라고 외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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