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같이 사는 세상, 가치 있는 장애인 고용
기고-같이 사는 세상, 가치 있는 장애인 고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8 15: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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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주/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
이국주/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같이 사는 세상, 가치 있는 장애인 고용

장애인에게 있어 일자리가 주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부’의 축적수단이 아닌 삶의 가치로 대두된다.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자기 생애 전체에서 ‘정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가치 있는 고용의 중요성이 여기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행복’을 추구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을 다양하게 제시하지만 ‘직업’을 통한 행복이 가장 우선이다. “직업은 삶의 근간이다”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올해 초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로 부임하여 우연히 ‘사단법인 희망이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오케스트라 활동 및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법인의 활동을 보며 뜻을 합치기로 했다. 창원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장애인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한 달여 만에 LH경남본부 안에 ‘카페215’를 개점하게 되었다.

LH를 방문한 고객들이 안락하게 쉬며,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 문을 연 것이다. 한 잔의 커피와 음료를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행복 공간인 것이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고 매니저가 언급을 했다. 웃음 머금은 밝은 얼굴로 고객을 반기는 직원들의 친절함에, 맛있고 저렴한 커피 맛에 놀라고, 세 번째로 이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발달장애인들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제일 비싼 음료도 4000원 미만이며 아메리카노는 2000원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한 잔 값보다도 저렴하고, 유명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일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지적장애인 바리스타들의 능숙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가치 있는 고용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빈자리가 없어 서서 마셨지만 같이 사는 세상에서 행복을 느꼈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내방객들의 모습, 공사 직원들과 고객들이 차를 나누며 상담하는 모습 등 다양했다. 공공기관이 경직되고 막힌 장소가 아닌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공공기관에 이런 쉼터가 있을 것으로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 곳에 취업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먼저 우리 공단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입학 전 평가와 함께 취업성공패키지를 이수한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적합한 방향성을 제시받아 최소 1개월 이상의 고용연계훈련을 받는다. 이를 거쳐 희망이룸 법인의 면접을 거쳐 삶의 또 다른 변환점인 직업의 세계로 당당히 나아간다.

입사하면 간단한 OJT 후 바리스타, 커피 딜리버리(배송), 문화예술형 장애인식 개선강사(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다. 올 해들어 20명이상이 이미 훈련을 거쳐 입사한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 센터 고용연계훈련 수업과정에 음악치료, 바리스타 교육 등의 교과목을 편성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장애인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복지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카페 215’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장애 학생들의 진로지도와 고용확대 방안으로 교육청과 협업할 예정이다. 학교 교육을 마무리 하며, 새로운 일터로 진입하기 위한 소중한 직업경험을 쌓는 곳이다. ‘카페 215’는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고용확대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관도, 일하는 장애인과 가족들도, 이용하는 주민들도 행복한 일자리가 바로 ‘카페 215’이다. ‘카페 215’는 향후 진주 등 다른 지역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행복한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져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하고 차별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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