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작가 Stratums 겹, 층展
김미경 작가 Stratums 겹, 층展
  • 최원태기자
  • 승인 2020.11.19 16:29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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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산 데이트갤러리 개최
▲ 05_60호_At the sunny windows Mixed media on linen.
단색화와 전위예술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꾸준히 전시하고 있는 부산 데이트갤러리에서 김미경 작가의 Stratums 겹,층展을 오는 23일부터 12월22일까지 선보인다.

김미경 작가(1964-)는 뉴욕 파슨스(Parsons) 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11년간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활발히 활동해 왔으며 2000년에는 The Mary Vann Hughes Award를 수상하였다. 은근하며 보일 듯말 듯, 시적인 작품 앞에서 감동으로 와 닿는 김미경 작가의 전시반응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감동 그자체 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으며, 해외 여러 갤러리의 적극적인 콜을 받고 있다.

김미경의 회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는 것은 어머니다. 어머니는 나를 있게 하고 나를 사유하게 하며 세상과 호흡해주게 한, 시원적 북극성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과 존경에 대한 무한한 표현이다. 화가의 어머니는 좁은 가정공간에서 물건을 쌓고 정리하기 위해 보자기를 사용했다. 그리드의 보자기는 물건을 감싸면 명료하고 팽팽한 긴장을 이루던 모습을 이내 누그러뜨리고 여유를 갖추어 안도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과 아크릴 미디움을 섞어 평평한 도구와 붓을 사용해 짙은색부터 옅은색의 순으로 단청의 오래된 색깔과 고려 도자기 빛깔, 자연의 유려한 색을 연상하게 하는 색감을 아주 얇게 반복하여 쌓아 올린다. 모든 레이어 마다 샌드페이퍼로 정밀하게 갈아내어 겹, 층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러한 간결 하지만 정교한 작업을 수십번 반복하여 입체감과 시간성을 더한 물성의 변환을 이루어낸다. 이는 곧 캔버스 화면에 절묘하게 앉혀진 물감과 기하학적 그리드를 이끌어 낸다.

작가는 어머니의 인생을 상징하는 단어 ‘보자기’를 통해서 모더니즘이라는 폭력의 긴장을 대화와 화해의 장으로 전치시키는 것이다. 작가에게 어머니는 타인이 아니라 자아의 상징이다. 곧 나의 세계다. 화가의 그림은 내가 강렬하게 개입되어있는 어머니의 역사로 세계를 바라본 그림이기에 외부 세계를 그린 그림인 동시에 나를 그린 것이다. 내가 개입되어 있는 어머니의 역사로 다시 나를 성찰한 그림이기에 나의 삶이 체현되어있다. 그런데 화가의 그림은 어머니의 삶을 북극성 삼아, 또 나와 나의 삶을 지도리와 곡으로 삼아 외부 세계로 무한히 확산시키는 데 더욱 정밀한 의미가 생성된다.

김미경 작가는 신변에서 만나는 가까운 사물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항상된 진실까지 나아간다. 또 하나 정미함을 다해낸다. 즉 ‘진정미’의 절실함을 매일 모든 곳에서 이루어낸다. 이것을 할 수 있는 화가의 힘은 지나간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를 모두 포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숭례의 삶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그림은, 시리 허스트베트(Siri Hustvedt)의 표현대로, 작은 사각형이지만 불가사의한 의미로 가득한 ‘사각형의 신비’이다.

데이트갤러리의 ‘Stratums 겹,층’ 전시는 단순한 형태의 그리드의 층들이 포개지며 은유적, 추상적 표상을 품은 김미경 작가의 작품세계를 재조명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오프닝 행사에 김미경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도 있게 만나봄이 어떨까 하는 설레임으로 이번 전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문의는 데이트 갤러리 홈페이지(www.dategallery.kr) 또는 전화(051-758-9845)로 하면된다. 최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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