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기로연(耆老宴)
진주성-기로연(耆老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19 16: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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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기로연(耆老宴)

조선시대의 기로연은 1394년(태조 3) 한양천도 후 태조 이성계 임금 자신이 60세의 나이로 기로소에 들어가면서 학문과 덕행이 높고 나이 많은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지팡이를 하사한 것이 처음이었다. 기로연에는 정2품의 실직(實職)을 지낸 70세 이상의 문과출신 관원만 참여할 수 있었고 예조판서가 주관하여 나라에서 베푸는 행사였다. 정사에 지친 노 대신들을 위로하는 이 잔치에는 크게 풍악을 울리고 잔을 권하여 모두 취한 뒤에 파하였고, 날이 저물어야 서로 부축하고 나왔다. 태조·숙종·영조와 고종과 같이 나이 많은 임금들은 직접 이 잔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뀐 지금에는 전국 234개 향교에서 관내 70세 이상의 어르신을 초청하여 잔치를 열고 위로의 행사를 갖고 있다. 노인경시풍조가 만연한 현 시대에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진주향교에서는 지난 13일 향교 명륜당 뜰에서 진주시의 지원을 받아 기로연을 열었다. 매년 300여명의 어르신을 초청했으나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소한의 인원 50여명을 초청했다.

먼저 김광수 단장이 지휘하는 온새미로 예술단원들이 우리의 전통 판소리와 춤과 민요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했다. 그리고 건강장수상과 유림대상 효자상 시상이 있었다. 오늘날 핵가족화로 효(孝)사상이 쇠퇴해 가는 상황에서 효자 효부를 발굴하여 타의 귀감이 되게 하고 널리 홍보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느껴진다. 특히 효열부(孝烈婦) 시상식도 있었는데 만인의 귀감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중앙동에 사는 하영자 여인은 젊은 시절에 남편을 만나 어려운 살림을 꾸러 오던 중, 우연히 10여 년 전에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져 아내의 도움 없이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1주일에 3번씩 투석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 번 병원에 가면 4시간이 소요되기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인데 오랜 세월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짜증한 번 내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여 이번에 성균관장으로부터 효열부상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내 일이 아니면 쉽게 말하고 쉽게 듣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늘날 같이 좋은 세상에, 부부 동반하여 어데 산책을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여행을 한다든지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1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의 병간호에 매달려 정성을 쏟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병세가 호전되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닌 절망적인 사항이기에 더욱 장한 것이다. 조금의 양보도, 조금의 참을성도 없이 걸핏하면 이혼하고 돌아서는 현시대에 진주향교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효자 효부를 발굴하여 시상하고 만인의 본보기가 되게 하는 기로연 행사는 길이 이어져야할 매우 중요한 행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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