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묘사(墓祀)의 추억
진주성-묘사(墓祀)의 추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22 15: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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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묘사(墓祀)의 추억

요즈음 주말 마다 각 마을 재실과 산소에서는 묘사(墓祀)가 한창이다. 중·노년층을 중심으로 젊은층과 아이들까지 묘사 길에 줄줄이 동행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묘사는 조상의 묘소에 가서 지내는 제사인 까닭에 묘제라고도 한다. 조상에 대해 1년에 한 번 제사를 모신다고 해서 세일제(歲一祭) 또는 세일사(歲一祀)라 하며, 시사(時祀) 시제(時祭). 시향제(時享祭)라고도 부른다.

묘사는 기제사와는 달리 묘소에서 지내기에 낮에 행하고, 주로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된 뒤인 상달에 지낸다. 상달은 음력 시월로, 그해의 햇곡식을 신이나 조상에게 올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시월에는 옛날부터 5대조 이상 조상의 묘소에 제사를 올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시제의 참여자를 확대하고자 시제를 시월 중 일요일에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묘사를 지내는 것은 문중이 참여해 조상을 기리기 위함이다. 묘사는 대외적으로 문중을 과시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중의 단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다. 묘사를 지낼 때에는 많은 자손이 참여하기 때문에 제사 후 문중 회의를 열어 대소사를 의논해 처리하게 된다.

조상을 잘 섬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은 마치 민간신앙처럼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다. 벌초를 하고 묘사를 지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각자의 뿌리와 근본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효(孝)사상을 몸소 체득하는 것이다. 특히 자손들이 잘 되는가의 여부는 조상을 얼마만큼 정성스레 모시는 가에 달려있다고 믿었던 까닭에 벌초와 묘사는 문중의 중요한 행사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묘사에 참여하기가 말같이 그리 쉽지 않다. 고향을 떠나온 지가 오래인데다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다보니 묘사에 참석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인해 묘사를 모시지 않는 문중도 있는데다 참석인원을 최소화해서 묘사를 지내는 문중도 있다고 한다. 경남도와 시군에서는 묘사철에 다른 지역 가족과 친지들의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요청할 정도다.

노납의 또래들은 어린 시절 묘사에 대한 추억이 있다. 마을 인근 산소에서 묘사가 끝나면 동네 아이들은 나눠주는 묘사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섰고, 한사람 분의 음식을 더 얻기 위해 걷지도 못하는 동생을 업고 가기도 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묘사 음식은 최고의 간식거리였기 때문이다. 묘사철을 맞아 새삼 묘사음식을 나누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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