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즐거운 인생 여행
세상사는 이야기-즐거운 인생 여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25 16: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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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즐거운 인생 여행

가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가을날의 화려한 색들은 무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쉬운지 땅에 떨어진 단풍잎들이 다시 한 번 화려한 색을 과시한다. 계절이 오고 감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화려했던 가을에 잠시 취해 있는 동안 겨울이 바짝 다가왔다. 희망을 품고 시작했던 2020년도가 어느새 한 달여 남았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이었다. 아직도 코로나19는 끝날 줄 모르고 우리 주위를 맴돈다. 드디어 백신 개발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2021년엔 좋은 일만 생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한 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 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소풍이라 노래했다. 맞다. 인생은 봄날의 소풍과 여름날의 쉼과 가을날의 여행과 겨울날의 회귀다. 그것은 단 한번밖에 없는 아주 짧은 나들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매주 주말에는 여행을 다녀온다. 항상 즐겁고 기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행복하다. 여행은 다닐 때마다 느끼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짐이 가벼워야 한다. 여행할 때 마음과 삶의 짐이 무겁거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너무 많으면 힘들고 고통스럽다. 너무 많은 짐은 여행의 자유를 빼앗아 간다. 여행은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는 것이다. 일상과 주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의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묶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둘째, 좋은 동행자가 있어야 한다. 여행도 즐겁고 의미 있지만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는 좋은, 마음에 맞는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여정에는 항상 문제와 어려움과 위험이 있다. 평안할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어려움과 위험을 만나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고 둘이 함께 누우면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셋째,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다음 여행지에 대한 계획이 가능하다. 어디를 가야할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수가 있다.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면 그 어떤 것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다음 행선지를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 여행이 아무리 즐겁고 행복하다 할지라도 타지의 길 위에서 인생을 다 보내거나 마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불시에 찾아온 죽음이 아니면 자신이 계획했던 여정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여행지는 자신의 집이 아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이처럼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언제든지 여행을 마감하고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집이 있기에 잠깐의 여행이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첫째 삶의 짐이 가벼워야 한다. 세상 모든 짐을 다 지고 인생여행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둘째 인생 전체를 함께 관통하는 좋은 동행자가 있어야 한다. 서로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볼 수 있는 그런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그 행복 그 자체이다.

셋째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삶의 자리를 알아야 한다. 점검이 되지 않으면 보수를 할 수 없고 진단이 되지 않으면 처방을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 번 죽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정한 이치다. 내일 아침과 십년 뒤 인생처럼 사후의 인생도 준비해야한다. 여행이 끝나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은 갈 곳이 없다. 천상병 시인도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소풍을 끝내고 원래의 집으로 돌아갔다. 인생과 여행은 책임이 따르는 자유로운 유일회적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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