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배우다-(2)‘아시아 영화 허브’ 부산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배우다-(2)‘아시아 영화 허브’ 부산
  • 강미영기자
  • 승인 2020.11.25 17:0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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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고 배우는 예술도시 조성

‘부산국제영화제’ 바탕으로 인프라 긴밀한 연계 성공
Cinema for All…모두를 위한 영화 창의도시 추진
시민 참여형 커뮤니티·소외계층 프로그램 등 활발
2021년 유네스코 의장도시 지정 목표로 정책 개발도
▲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 당일. 사진제공/부산광역시

지난 10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상영관 유효 좌석수를 25%만 운영해 총 관객 수는 1만8000여명으로 평균 18만명에 비하면 확연히 줄었지만, 최종 좌석점유율은 92%를 기록하면서 BIFF에 대한 전 세계 관객들의 열망을 그대로 입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미뤄지고 개최도 불투명해지는 등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거둔 성과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인 부산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36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제36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대한민국 최초로 영화를 개봉한 도시로 알려져 있는 부산은 우리나라 순수 영화 제작사의 시작점인 ‘조선 키네마 주식회사’의 설립지며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BIFF의 개최지 등 한국 영화 역사의 첫발에 늘 함께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세계의 영화영상산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산은 그 역할과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에 선정되면서 그 명성을 빛냈다.

2020년 현재 총 16개국 18개 도시가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브래드포드와 호주 시드니를 이어 부산의 아시아 최초의 영화 창의도시 지정은 그동안 부산이 집중했던 영화산업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역량, 지역연계 등의 강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9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평가에서 ‘매우 만족(very satisfactory)’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영화도시의 입지를 또다시 공고히 했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서 부산은 ‘모두를 위한 영화 창의도시’를 이야기하며 부산 시민 모두가 영화 제작·배급·향유에서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려고 한다. 영화를 통한 창의적·사회적·경제적 기회 보장을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며 나이, 성별, 지위에 관계없이 부산 전역의 모든 지역 사회인들이 다양한 영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 확대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회원도시들과의 관계를 구축해 경험·지식·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부산의 창의 산업을 육성하고 영화·관광·레저 산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영화의전당은 2018년 영화창의도시운영 T/F팀을 개설한 이래, 지속적인 협업사업 구축을 통한 네트워킹 내실화, 2030 지속가능한 발전 어젠다를 달성하기 위한 시민 주도 프로그램 지원,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부산의 영화영상산업 홍보 등 유네스코 창의도시 업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시네마테크 이승진 팀장은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서 부산이 가지는 강점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창의도시 선정을 위한 기반을 닦고 여건을 만들어 냈다. 또한 축제 이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과 긴밀히 연결한 것도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이런 점이 ‘아시아의 영화 허브, 부산’이라는 명제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학생 영화관람 모습.
학생 영화관람 모습.

◆끝없는 축제, 다양한 장르의 힘
이처럼 남녀노소·지위에 막론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 문화를 조성하는 관광의 도시답게 부산을 방문할 때면 각종 분야의 영화제를 몸소 즐길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인터시티영화제, 초록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국제해양영화제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필름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은 단순히 관객을 모으고 상영하는 데만 의의를 두지 않는다. 여러 소재와 주제를 심도 깊게 선정하면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고 배우는 하나의 소통망을 엮는 예술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산업 부흥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도모한다.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상업적 이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2016년 첫발을 내딛은 이음 영화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되는 영화제 중 하나이다. 사회적 편견이나 무관심으로 축소되거나 폐지되었던 시민 주도 영화제를 이어나가기 위해 시작된 이음 영화제는 여성·청소년, 퀴어, 비건, 북한, 장애인 등 제도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눈길로 조명하고 있다.

2015년 9월 제1회로 시작된 국내 유일의 해양 전문 영화제인 국제해양영화제(前 sea&see 해양영화제)는 생명의 근원인 바다의 환경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동시에 동북아해양수도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음식을 테마로 제작된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서 영화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부산푸드필름페스타도 부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치이다. 관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문화예술과 미식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푸드트럭과 플리마켓을 통해 식품산업도 증진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05년 어린이영화제로 시작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는 프로그램과 참여연령을 확대해 유소년기의 모든 어린이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영상축제로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또, 영화를 매개로 한 체험 및 교육활동을 연구, 개발하며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담당해 미래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콘텐츠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입학식.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입학식.

◆탄탄한 교육으로 인재 양성 기틀 마련
부산은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에 선정되면서 타 가입도시와 영화제 교환프로그램, 영화 인력 양성을 위한 국제적 협력 프로그램, 시민과 학생들을 위한 영화 교육, 타 분야 가입도시들과의 협업 등의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아카데미나 미디어센터를 통해 영화 교육을 보편화시키며 영화 산업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제와 교육 사업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자체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교육 프로그램인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영상위원회, GKL사회공헌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벨라 타르, 지아 장커, 허우 샤오시엔, 이창동, 고레에다 히로카즈, 로우 예 감독 등이 AFA의 교장을 역임하면서 젊은 영화인들을 발굴해 각국 영화계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6년 개교하며 국내·외 영화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Busan Asian Film School)는 부산이 그동안 축적한 물적 인프라와 영화산업 역량 및 잠재력 등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적 자산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산업을 이끌어갈 국제 영화비즈니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프로듀싱 분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청소년·일반인 대상의 영화 교육도 실시하면서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또, 최근 이러닝 스튜디오를 개설해 1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부산지역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지원도 아낌없이 나서고 있다.

영화는 전문가만 만든다는 편견은 이제 더 말할 것도 없이 식상해졌다. 영화의전당은 영화지식 제공 및 문화욕구 충족시키고, 지역 영화인력 양성을 위해 영화 교양강좌부터 영화 이론 및 실습 강좌까지 영화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연중 운영하며, 단계별 수준을 고려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물론, 주중 낮 시간대 교양강좌를 증설해 수강생들의 선택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부산은 내년 마을영화 만들기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지역 거주민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과 편집을 맡는다. 지역민들이 손수 만드는 영화를 통해 일상생활과 영화를 접목한다는 목적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모토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성을 발휘하여 도시 간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창의도시 간 연계 및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및 해외 창의도시영화제 부산 영화 출품 지원 등 부산 지역 영화인의 해외 상호 교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18년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교류 전시와 같이 국내 유네스코 창의도시 간 교류도 기획했다.

부산은 이처럼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관광·레저·축제·교육 인프라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창의산업을 육성시키고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한 다양한 영화제, 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 등 시민 참여형 커뮤니티, 베리어프리 영화제 등 사회소외계층 프로그램, 부산영상위원회 중심의 탄탄한 영화 산업, 세계의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국제 협업, 적극적이고 촘촘한 행정 지원 등의 사례를 공유해 국내 창의도시간 네트워크도 견고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유네스코 의장도시 지정을 목표로 다양한 시민참여형 영화영상정책도 같이 개발·발굴하고 있다. 강미영기자

※이 기사는 경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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