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뭣이 중헌디?
시론-뭣이 중헌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29 14:47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이말은 2016년 개봉하여 관객 700만명을 동원한 영화 ‘곡성’에서 아역배우가 경찰인 아버지에게 독백처럼 내뱉은 말이다. 이 말은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고 전국에 트롯 열풍을 일으킨 종편의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에서 임영웅씨가 ‘뭣이 중헌디’란 노래를 불러 다시 한 번 유행되었다. ‘뭣이 중헌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삶은 끝임 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매일 ‘뭣이 중헌지’란 물음에 답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체계에 따라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를 수가 있지만 필자도 매일 ‘뭣이 중헌지’란 물음에 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금 방심한 사이에 코로나19 환자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우리 대학도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학기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해야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19사태에 대학도 교수도 학생들도 미처 준비가 안되어 있어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동안 대면수업에 익숙해져 있던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을 어려워했고 시스템도 불안하기만 했다. 새로운 미디어 기기에 익숙한 교수들은 빨리 적응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교수들은 미처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지 못하여 관련 강의들을 링크하여 교수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 강의는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쌍방향 의사소통이 어렵고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현장에서 필요한 초․중급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 이론수업 못지않게 실습이 중요한데 비대면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학원이 아니라 학생들은 교수들과 소통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성과 인성이 기르는 배움의 전당이기도 하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학기를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도 많은 고민을 하였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수업을 재개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온라인 수업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왔다.

우리 대학은 4년제인 간호학과를 제외하면 수학기간이 2년에 불과하고 2학기에는 많은 학생이 현장 실습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데 2년 중 1년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우리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안전과 대면수업에 따른 위험 사이에서 또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대면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고 기숙사는 기존의 4인1실에서 2인1실로 운영하고 있다. 정문에서 모든 출입자에 대해서 발열체크를 하고 있으며 QR코드로 출입자에 대해서 철저히 관리를 하여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전 세계 주요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백신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 본격적으로 예방접종이 가능한 시기는 연말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개발이 아직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전문가들은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집단면역 체계가 완성되는 내년 말까지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2주후면 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내년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생의 안전과 학생의 학습권 사이에서 또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뭣이 중헌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