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욕망과 희망 사이
도민칼럼-욕망과 희망 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30 15: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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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욕망과 희망 사이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70년대를 산 사람들은 새마을노래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잘 살아보세, 는 어떤가?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모두 상기된 마음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때는 모두가 배가 고픈 시대였다. 지금은 대다수가 배가 불러 음식물 쓰레기가 걱정인 시대다. 부귀영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누리고 싶어 한다. 자본주의는 욕망이다, 라는 말을 한 나의 은사 강형철 교수님은 옳지 않지만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그 욕망과 싸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때 권유로 잡지 <녹색평론>을 알게 되었다.

항상 내 안에서는 잘 살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과 소비로 인해서 망가지는 환경 사이에서의 죄의식으로 힘들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술도 한잔씩 하는 것이 즐겁지만 먹고 난 뒤에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내가 사는 모습이 옳은가? 고민에 빠지고는 했다. 그래서 먹고 마시는 것만큼 좀 유익하게 세상을 살아보자고 스스로 다짐하고는 한다. 그러다 다짐만 하지 않는가? 또 질책하면서 죄의식에 빠지고는 한다. 자꾸 지구에, 세상에, 미안하다보니 어느 날은 당당하고 싶어서 기름이 잔뜩 낀 접시를 씻느라 물을 낭비하는 것보다 일회용접시를 쓰고 태우는 것이 낫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내 관절염에도 유익하므로 하는 익살도 섞어서!

어쩌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이런 미안함과 또 자신의 편리함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 부자가 된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삶은 편리함에 길들어져 있고 소비에 익숙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다. 많이 써서 없애고 또 사고 그렇게 해야만 경제가 굴러간다. 자영업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내 가족과 지인들이 잘사는 것은 장사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이니 소비 진작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먹고 사는 문제는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지구에게는 우리가 오래 살아간다는 것이 미안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일어난 일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쁜 일도 그러하다. 당장은 나쁘지만 결과는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당장은 좋지만 나중에는 나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사태가 그러하다. 지금은 전쟁의 공포보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더 무섭다. 나 하나쯤 걸리는 것은 상관없기에 살던 대로 살고 싶지만 무증상감염자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러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에 조심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현실에 화가 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별 것도 아닌데 너무 강제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이 정부가 코로나를 이용해서 우리를 옥죈다고 믿는 이들은 하루 종일 카톡을 통하여 욕하기에 바쁘다. 그 마음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우리의 적을 일단 물리치고 봐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지 이 사태를 통하여 알게 된 것도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백신이 곧 나온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는 하나 3년도 되지 않은 임상실험을 거친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 비관적으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코로나19로 끝날 것인가? 코로나22가 또 나오지 않을까?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진행되어온 일련의 상황들이 우리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지금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기본적인 소득을 골고루 나눠서 필요한 곳에 소비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는 죽었다는데 부동산값은 올라서 난리고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은 연일 갱신하고 있다. 정부가 잡아주기를 바라지만 자신의 욕망을 잡지 못하면서 정부의 정책만 욕할 것인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줄 정책은 없다. 코로나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니 새로운 개발이나 프로젝트에 목을 맨다. 그 일들은 환경문제 이전에 우리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공유경제에서 시작한 것인지? 먹고 사는 게 문제라면 그 일부터 이제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정말 코로나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누리던 것을 내놓는 길뿐이다. 의외로 우리 많은 것을 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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