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8)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8)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30 15:5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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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18)

세상이 발전하여 이제는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완화시키기 위한 ‘완화의료제도’라는 것이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내린 정의는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인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고통이나 기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 나아가 영적(종교적, 철학적인 심리와 정신, 영혼) 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한 평가와 처치를 하여 고통을 예방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하는 행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완화의료의 중심축이 마약 등의 약물을 사용한 의료라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도 있다.

죽음인지 방식에는 다음의 네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폐쇄형: 환자와 가족 간에 의사소통이 없어서 서로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회피하다가 죽음을 맞는 형태. 둘째 의심형: 가족들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아도 환자 본인이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형태. 셋째 상호 기만형: 환자와 가족이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서로 이에 대해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임종을 맞는 형태. 넷째 개방형: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환자의 가족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못다 한 말을 나누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는 형태. 우리나라에서도 일명 웰다잉법, 존엄사법,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알려진‘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음은 시체 보존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체를 썩히지 않고 장기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가령 국왕이 본국과 멀리 떨어진 전쟁터에서 전사했다고 하면 별다른 운송 수단이 없던 당시에는 시신을 본국으로 이송하려면 몇 주일, 몇 달이 걸렸을 것이다. 그동안 국왕의 시신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 석회를 담은 나무통에 시신을 안치하거나 안료를 이용해 부패를 막기도 했는데, 그것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우선 시체의 내장만을 도기에 넣어 죽은 장소 근처에 매장했다. 시체는 향료와 약품으로 방부 처리한 뒤 고국으로 이송했다. 그러다가 도중에 부패하기 시작하자 시체를 토막 내어 가마에 삶았다. 뼈와 살을 분리해서 뼈와 심장만 갖고 가려했던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뼈와 살은 중간에 매장하고 심장만 갖고 돌아가기도 했다.

현대의 시체 보존방법으로는 19세기에 미국에서 시작한 엠바밍(Embalming)이라는 것이 있다. 우선, 굴신운동으로 시체의 사후 경직을 완화시킨 뒤 시체를 세정하고 탈지면으로 입과 항문을 막는다. 얼굴과 머리카락은 소독 비누로 닦고, 탈수 방지를 위해 안면을 마사지한다. 그 다음에는 시체의 혈액을 빼고 방부액을 주입한다. 용액 염료는 시체에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시체가 수척해 보일 때는 피부에 액체를 주입해서 부풀리기도 하고, 의치(義齒)를 끼워 넣기도 한다. 시신이 훼손된 경우는 조형 수술로 복원한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시체에 옷을 입히고 얼굴에 화장(化粧)을 해준 뒤 관(棺)에 안치한다.

미국에서는 19세기 남북 전쟁 때 전사자의 시신을 멀리 떨어진 유족들에게 온전하게 전하기 위하여 유래 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모셜리움’이라는 실내 묘소가 성행하면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장법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90~95%가 엠바밍으로 시신을 처리하고 있다. 엠바밍을 시행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라 장의사(葬儀社)다.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사망하면 시신을 곧바로 자택으로 운반하지 않고, 시체보관소에 일시적으로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 엠바밍 작업을 마친 뒤 얼굴에 화장을 하고 나면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윽고 시신은 꽃으로 치장된 홀에서 평온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가족과 마지막 대면을 한다. 옛날 프랑스 국왕들의 시신은 방부 처리된 뒤 붉은 옷을 입고 호화스럽게 꾸민 침대에 누워 조문객들을 맞았다. 조문객들은 연회석까지 마련된 방에서 마치 생전의 왕을 대하듯 시신을 정중하게 대했다. 프랑스에서 왕은 결코 죽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엠바밍이 좀 더 발전하여 등장한 것이 시신을 냉동 보존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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