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무시로 감사하고 사랑하자
세상사는 이야기-무시로 감사하고 사랑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03 16: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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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무시로 감사하고 사랑하자

어찌 보면 우리는 평생을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한없이 많다. 하나의 욕망이 채워지면 이내 시들해지고 새로운 욕망이 생긴다. 집이나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승진을 해도 기쁨은 잠시일 뿐이다. 그렇다면 진정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그것은 무시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며 흰 종이에 감사할 일이 무엇인가를 적어보자.

떠오르는 태양처럼 오늘 하루는 축복이고 생동감이요, 새로움을 열게 하고 소망과 기대와 열망을 안겨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자연은 소중하게 빚은 유형무형의 원숙한 조화와 균형이룬 아름다운 육신과 정신을 은은한 행복으로 접어 인간에게 다가온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풍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서는 일 없이 피상적인 어울림보다는 가슴으로 만나고 인내와 겸허함으로 언제나 숭고하고 풍족함을 자족하며 생기 있는 희망과 생명의 숨소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려주고 있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마음의 문은 활짝 열어 놓는다면 내일은 더 활기찬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연은 정신교육의 근원인 삶의 도리를 인간에게 일깨우고 보여주면서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여유와 베풂의 사랑으로 생명체를 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오묘한 진리를 알지 못하고 자꾸자꾸 내일만 생각하고 먼 곳, 허황된 곳으로만 얼룩진 부도덕하고 살벌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자연의 순리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을 감사하고 사랑해야 한다. 인생은 앞만 바라보면 길게도 보이고 넓게도 보이지만 발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면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잠깐 사이로 큰 바다에 다다라 인생은 덧없다는 허무감을, 때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됨을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과 공간을 그때그때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협과 대화가 없는 삭막함을 가슴에 담고 있다가 소중한 오늘을 놓치고 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살아있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끈끈한 가족이 있고 내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함께 얘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정연한 질서를 지키면서 소리를 토해내는 교향악의 악기처럼 상호 도움적인 밀접한 관계로 유지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살아 있으면서도 건강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럽겠는가. 병원에 가 누워 있으면 하루가 멀다고 통곡소리,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소리,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부귀와 영화도 다 필요 없는 오로지 생명의 끈만 이어지고 고통의 종식만 바랄 뿐이며 오늘을 신의 은총으로 구원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햇빛 넘치는 창가에 앉아 즐겨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사발에 담긴 동치미에 막걸리 한 잔, 소주 한 잔 곁들이며 절절 끓는 아랫목에 등을 대고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참 행복과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넘치는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주위에 있는 조그만 것들에 의미를 찾고 더 주고 덜 받음에도 서운하고 불만스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높은 마음보다는 낮은 마음으로 비난의 화살이 오더라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항상 서로를 아끼고 다독거리면서 빈 잔에서 하나씩 둘씩 채워지는 여유로운 삶을 배워야 하고 내 아픔과 기쁨이 아니어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흘러간 물은 다시 오지 않고 먼 곳에 있는 무지개도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말 보잘것없는 우리 인간은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 앞에 머리를 깊이 조아리고 공손할 때 고통과 두려움은 쉽게 사라질 것이며 진정 행복의 가치를 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성찰과 참회, 관용과 이해로 어우러진 사려 깊은 삶으로 마음의 문을 연다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는 고향의 모습처럼 사랑과 인연의 숲을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무시로 살아 있음을 사랑하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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