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9)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9)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07 15: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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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19)

엠바밍은 인간의 몸을 냉동상태로 보존해두면 미래의 최신 의학으로 다시금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정말로 그런 주장을 믿고 지금도 세계에서 십여 명 이상 냉동 보존되어 언젠가 해동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재 소련의 레닌(1924),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1949), 소련의 스탈린(1953), 체코슬로바키아 고트발트(1953), 베트남의 호치민(1969), 중국의 모택동(1976), 앙골라의 네트(1979), 가이아나의 바남(1985), 북한 국가 주석 김일성(1994)이 이러한 방법으로 보존 처리되어 있다.

다음은 장례(葬禮)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장례의 목적과 의미를 보면 우리의 육체는 죽으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간다. 지구별에 잠시 소풍 왔다가 가는 것이니 주변을 깨끗이 한 후에 떠나야 한다. 다음에 놀러 올 후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은 먼저 왔다 가는 사람들의 신성한 임무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거쳐야만 하는 마지막 의례이다. 출생과 죽음은 일생의 통과의례 가운데 시작과 끝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의례이지만 출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례가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화려한 의식으로 꼽고 있는 혼례 때 사용하는 가마가 2인 내지 4인에 의해서 운반되는 반면 상여는 최소 10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가마의 화려함 또한 상여(喪輿)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유교의식(儒敎儀式)에서는 의례 시간에 있어서도 혼례는 하루 이틀 정도 소요되는 반면 상례는 최소 3일이요, 그 의식이 모두 끝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의 시신은 장례가 이루어지기까지 특정한 방식에 따른 준비과정을 거친다. 죽은 사람을 어떠한 형태의 장례식을 치를 것인가의 문제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환경적 요인이고 또 하나는 세계관인데 그 요인들을 살펴보면 첫째, 원래 가야할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뜻의 환송(還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둘째, 내세(來世, 죽음이후의 다음세상)로 가는 죽은 이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있다. 불교에서는 임종 때부터 장례식장 안에서 스님이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기원하는 독경(讀經)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장례 기간 중 예배를 통해 하나님이 죽은 이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시고, 죽은 이가 천국에서 예수님과 기쁨이 충만한 삶을 살 것을 소망하는 기도를 드린다.

한국의 전통장례식에서도 죽은 이의 안전과 평안을 도모하려는 의지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보통 장례를 치르는 집 대문에는 ‘근조(謹弔)’라고 쓴 노란색 등을 달아놓는다. 그리고 그 밑에는 ‘사자상(使者床)’이라 하여 죽은 이를 저승길로 안내할 저승사자를 위한 밥상이 차려진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사자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 사발 위로 넘치게 담은 흰쌀밥에 간장이 담긴 작은 종지 그릇과 짚신 그리고 엽전(葉錢) 혹은 약간의 지폐가 놓인 것을 볼 수 있다. 흰쌀밥과 짚신은 멀리 저승에서 온 저승사자들이 허기를 달래고, 또 갈아 신고 갈 신을 준비해 둔 것이고, 엽전은 죽은 이를 모시고 가라는 뜻으로 일종의 뇌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별하게도 밥상에 간장이 올라간 것은 좋은 반찬도 많을 텐데 왜 하필이면 간장일까? 그것은 배고픈 저승사자들이 짠 간장을 반찬삼아 밥을 먹을 경우, 저승 가는 길에 분명 목이 타기 마련이다. 그러면 물을 찾아 마시기 위해 쉬게 될 것이다. 즉 저승사자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자꾸 멈추게 되면 죽은 이가 천천히 쉬면서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에서 우리 조상들은 사자상에 간장을 놓았던 것이다.

셋째, 장례식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위안을 얻는 방편이다. 죽은 사람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 사별(死別)할 때 받는 충격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 때 장례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일은 상실로부터 오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족이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것에 손을 놓고 망연자실 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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