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장 보통의 영웅, 병역명문가
기고-가장 보통의 영웅, 병역명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07 15: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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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영/병역명문가 조경식 가문
조태영/병역명문가 조경식 가문-가장 보통의 영웅, 병역명문가

드넓은 아시아 대륙의 끝, 반도에 위치한 작은 나라. 하지만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으며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있는 나라, 대한민국! 우리 조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다. 대한민국이 숱한 외침과 전란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묵묵히 조국을 지켜온 군인, 즉 ‘가장 보통의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뿐만 아니다. 군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전투에만 있지 않으며 오히려 평시에 전쟁 등 환란을 사전에 막고 평화를 지키는 것에 있다 할 수 있다. <목민심서> 병전 편의 병가백년불용, 불가일일무비(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 무기는 설사 100년 동안 쓸 일이 없더라도, 단 하루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과 같다. 평화를 되찾기 위하여, 또한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했던 보통의 영웅들은 도처에 있다.

병무청에서는 매년 병역명문가를 선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2004년부터 시작됐다. 병역명문가는 3대에 걸친 모든 남성이 병역 의무를 현역 등으로 마친 가문 중 병무청으로부터 선정된 가문을 의미하며, 청산리·봉오동전투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전국 1017가문 5222명이 새롭게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다.

우리 가문(조경식 가문) 또한 3대 모든 구성원이 대를 이어 나라사랑을 실천했기에 병역명문가 선정 및 국방부장관 표창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가문의 나라사랑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뜻을 기리는 행사를 통해 자부심을 갖게 해준 병무청에 감사드리며 우리 가문 보통의 영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가문은 1대인 조경식 준위를 필두로 2대 조용기 병장을 포함한 4명, 3대 조현영 병장을 비롯한 6명까지 3대 11명이 총 388개월의 복무를 마쳤다. 6·25 참전용사이며 국가유공자이신 할아버지는 “국가의 안녕과 존립이 선행되어야 개인의 삶에도 화평이 있을 수 있다”고 평소 말씀하셨고, 우리 가문 구성원 전원은 그 가르침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우리 가문은 4대 또는 5대, 그 이후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라를 위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우리 가문 1대인 필자의 할아버지께서는 최초 입대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의가사 제대를 하셨다. 이후 6·25전쟁의 발발로 재소집 령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오직 국가의 안녕과 수호를 위하여 재입대하셨다. 수색대원으로 최전선에 투입되어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의 총탄에 부상을 입어 1953년 2월 명예전역 하셨으며, 우리나라는 그 해 7월 휴전을 맞이했다. 6·25 참전 공로를 인정받아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하신 할아버지께서는 전역 이후에도 고향인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의 발전을 위하여 1975년~1978년 생비량면장을 역임하는 등 언제나 모범적인 생활을 하셨다. 그 영향으로 2대와 3대 중 다섯 명이 공직에 입직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2대인 조용기 병장은 장남으로서 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한다는 생각과 참전용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누구보다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셨다. 인사병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고된 일과, 전투훈련 등으로 힘든 적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라에 대한 헌신이 남다르신 아버지와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겨낼 수 있었다.

3대인 조원영 소령은 소위 임관 후 함정근무를 계속하다가, 나라를 위해 조금 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위 때, 잠수함 승선을 자원하였다.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한미잠수함 훈련에 참여하여, 미국령 괌 일대의 고온다습한 악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해군을 대표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무사히 모든 임무를 완수해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직 영해와 조국을 지키는 일에 골몰하는 조 소령의 남다른 나라사랑은 우리 가문의 아름다운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현재에도 할아버지의 소원은 단 하나다. ‘다시는 이 땅에 불행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뜻을 후손인 우리가 이루어드려야 한다. 이에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보통의 사람이 영웅이 되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그것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후대에 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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