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일구는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협업으로 일구는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 최원태기자
  • 승인 2020.12.10 18:0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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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혼자 교향곡을 연주할 수 없다
지역소멸·폐교 막기 위한 지자체·교육기관 노력
경남도-도교육청 전국 최초 통합교육추진단 신설
남해군-고성군 이어 18개 시·군 공모사업 확대
남해 상주초등학교 학생들이 죽방렴 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 상주초등학교 학생들이 죽방렴 체험을 하고 있다.

‘학생 1명만 더 늘어났으면’, ‘몇 가구라도 우리 지역에 이주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폐교 직전의 학교에서, 그리고 지방의 면단위 지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역 소멸 위험에 처한 시·군·구가 105곳을 돌파했으며, 이 중 97곳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경남의 고위험 지역은 남해군, 의령군, 하동군, 산청군이 해당된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감소, 출산율 저하, 젊은 층들의 대도시 이주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기대 의원. 2020.)

지방에서도 면단위 지역이 가장 먼저 존폐 위협이 발생하며 이는 곧 군 전체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농산어촌 지역에 위치한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면지역에 소재한 학교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폐교가 되거나 통폐합이 되고 있으며, 적정규모 학교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학교가 통폐합 되어 사라진 마을에는 자녀를 둔 이주민들이 귀촌하고자 해도 자녀를 보낼 학교가 없어서 귀촌이 불가능하고, 그나마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상황이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살기 힘들고, 돌아오지 못하는 이 마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될 것이다. 이는 톱니바퀴 돌아가 듯 작은학교를 살리는 것이 곧 마을을 살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고성군 영오초 임대주택 조감도와 남해군 상주초 임대주택 조감도
고성군 영오초 임대주택 조감도와 남해군 상주초 임대주택 조감도

◆지역소멸에 대비한 지자체의 노력
지자체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출산장려정책, 귀농귀촌 사업, SOC 확충 및 개선 사업, 청년유입정책 등 많은 예산을 투입해 타 지역의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면지역의 인구는 늘지 않거나, 외부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접하기는 하지만 2015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50-60대가 64.7%이며, 귀농가구원수별 분석에서는 1-2인 귀농가구가 83.7%를 차지하고 있다. 귀농·귀촌하더라도 곧 노령화되고 소멸위기가 다시 찾아 올 것은 뻔하다.

지역 인구유입을 위한 여러 기관의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시사점을 안겨준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마상진 연구위원(2016)이 귀농·귀촌인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 한 적이 있다. 30~40대 귀농·귀촌자는 일자리 부족, 여유자금 부족, 농지구입, 주거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폐교 막기 위한 교육기관의 노력
한편, 교육청에서도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때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가며 작은학교 대상으로 통폐합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으나 통폐합으로 인한 예산감축의 효과는 미미하며, 자녀를 둔 지역민들의 유출현장 발생으로 마을쇠퇴를 앞당긴다는 부정적 결과가 있어 지금은 오히려 대부분의 시·도에서 작은학교가 가진 교육의 강점을 들어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에서도 작은학교에 학생들의 전입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학교 특색프로그램 운영 지원 및 작은학교 중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그리고 교육취약계층이 비교적 많이 집중된 작은학교에는 학교기본운영비를 추가 지원해 학생들이 교육소외를 받지 않고 평등하고 행복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학교평등예산제도 시행, 노후시설이나 열악한 학교시설도 학교 사용자와 지역민의 수요를 반영한 학교공간혁신 사업으로 매력적인 학교를 만드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고성군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진행을 위한 회의 모습
고성군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진행을 위한 회의 모습

◆교육·자치행정 간 협업의 시작
여러 기관들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지역과 학교를 위해 각 기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이나 부서 간 ‘소통을 통한 협업’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예산도 효율적으로 사용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과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각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사업의 목적은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남도와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2019년에 머리를 맞대고 도에 통합교육추진단을 신설했다. 부서는 업무추진을 위해 도교육청에서 장학관 1명, 장학사 2명,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해서 총 5명을 파견 받아 도내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협력 대응뿐만 아니라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인재 양성과 학교와 지역사회 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교육현안 해결 등을 위해 협업하고 있고, 교육혁신담당, 아이돌봄담당, 학교공간혁신담당을 조직해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전경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전경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추진 현황
앞서 제시한 귀농·귀촌인의 설문조사 결과와 교육·자치행정기관들의 노력을 종합해보면 마을과 학교를 상생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안(모델)이 도출된다. 학교공간혁신담당이 맡고 있는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도와 군, 교육청이 함께 나서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성군과 영오초, 남해군과 상주초를 대상으로 한 곳당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이에 더해 해당 군청은 토지 매입비를 각각 4억원, 2억원을 더 편성했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도와 군은 귀농·귀촌자가 애로사항으로 제시한 일자리와 주택을 제공하는데 집중했다. 도와 군이 편성한 예산은 임대용 공공주택을 건립하는데 사용되며 고성은 6호, 남해는 5호의 주택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고성은 입주자 6가구를 선정했으며, 남해는 입주자 모집과 선정을 12월 23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주민 중 일자리 제공은 군청의 담당부서 간 업무 지원으로 귀농·귀촌 사업을 세부적으로 안내하거나 공공기관의 일자리와 면지역 일자리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과 연계한 돌봄 운영으로 학교와 마을이 함께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정주여건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마을주민도 나서서 빈집을 파악하고 원하는 이주민에게 소개를 해주고 있으며 지역 일자리를 함께 알아봐주기도 했다.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학생들의 개별 성장 속도에 맞춘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고, 인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이나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체험교육을 제공해 자녀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집중한다.

또한, 학교교육을 지역사회까지 확장하고 지역민도 학교 중심의 지역문화를 조성하고 활성화를 위해 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학교 구성원과 지역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공간혁신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 운영을 위해 지역별로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위원회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했다. 구성원은 군과 면, 학교 관계자, 지역민, 동창회, 학부모 등 그 곳을 제일 잘 아는 지역민으로 조직·운영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임대주택 건립 방향, 입주자 선정, 빈집과 일자리 지원 방안, 학교교육과정 편성, 사업설명회 계획, 향후 운영방향 등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

얼마 전에 두 지역에서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설명회를 추진했다. 귀촌과 전학을 위한 설명회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대도시,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이주와 전학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도 이주를 위한 문의가 지속적이며 남해의 경우는 빈집만 소개해 준다면 당장 이주하고자 하는 학부모도 있다.
 

◆사업 향후 계획…전국의 선도적 모델로
고성군과 남해군으로 이주하고자하는 학부모들의 전국적인 관심에 힘입어 2021년 이후부터는 대상지를 3~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18개 시·군 대상으로 사업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 기관 내 부서 간, 담당 간 협업도 힘든 상황이지만 한계를 뛰어 넘어 전국 최초로 도와 교육청이라는 지역의 최고 행정기관들이 지역과 학교에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 작은학교의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50-60대 연령의 이주민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30-40대 청년들의 이주까지도 도모했다. 즉, 학교도 살리고 마을도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안(모델)이 된 것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도와 교육청이 주도해 사업을 기획하기는 했으나 추진과정에서 두 기관은 물론이고 고성군과 남해군, 고성군 영오면과 남해군 상주면, 고성교육지원청과 남해교육지원청, 영오초와 상주초, 마을 주민, 학교 동창회와 학부모 등이 함께한 것으로 하나의 시범지역에 5~6개 행정기관과 지역민들 모두가 소통하며 연주하는 교향곡이다.

민기식 통합교육추진단장은 “도와 교육청의 협치행정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대응이나 교육현안들이 신속하게 해결됐고 추진 사업들은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확산시켜 도내 학생들의 행복한 교육과 도민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며 “도와 군, 교육청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관과 부서, 마을주민들 간 협력적 소통으로 성공시킨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이 전국의 많은 소멸위기의 지역과 작은학교에 적용되어 마을과 학교가 다시 활성화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최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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