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삼계화택(三界火宅)
진주성-삼계화택(三界火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2.13 14: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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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삼계화택(三界火宅)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보노라면 삼계화택(三界火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까지 모두 불타고 있으니 오도 가도 할 곳이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이 세상을 온통 불구덩이로 만들고 있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가 막막할 뿐이다. 코로나로 온 사회가 기능을 멈추고 모두를 떨게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칭으로, 일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강요된 칩거는 우리 심신을 지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 감염병 사태를 두고 삼계화택의 지경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삼계화택은 본래 불교의 <법화경>에서 나온 말이다. <법화경> ‘비유품’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큰 기와집에 불이 나지만 아이들은 놀이에 정신이 팔려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불이 났으나 빨리 나오라는 다급한 아버지의 외침도 소용이 없다. 그러자 아버지는 장난감 수레가 밖에 있다고 말해 아이들을 구한다. 여기서 아버지는 부처님이고 아이들은 어리석은 중생이다. 저택은 삼계(三界)를 의미한다. 불가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중생이 살고 있는 세계를 삼계라 하는데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로 구분한다. 중생은 이 삼계를 윤회하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삼계가 모두 불이 난 집과 같다. 그래서 삼계가 편안하지 못함이(三界無安) 마치 불난 집과 같다(猶如火宅)고 하였다.

중생들은 삼계의 썩고 낡은 불타는 집에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고민하다 인생을 마친다. 즐거움과 기쁨이 어쩌다 한 번 스쳐 지나갈 때도 있다. 불은 중생의 한시도 쉬지 않고 들끓는 번뇌를 비유한 것으로 번뇌가 몸과 마음을 태우며 사는 존재가 삼계의 중생이다. 현실적으로도 이름도 모르는 감염병이 창궐하는 지금의 사바세계는 인간의 탐욕과 잘못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근본번뇌란 어리석음과 그로부터 발출된 탐심과 진심(瞋心)인데 이 마음에 의해 코로나19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누리는 행복은 매우 짧다. 짧은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다. 부처님은 법을 설하시면서 먼저 자기구제 자기해탈의 자그마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르침을 펴셨다. 이래서 족히 자기만이라도 삼계화택에서 벗어날 길을 얻게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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