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 정 많아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
아랍인 정 많아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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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그들을 좋은 동반자로 만들어야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은 뉴시스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 산고곡심에서 아랍과의 관계 중요성을 역설했다. 1995년 OCA 총회에서 부산아시안게임 유치 서명식을 하고 있는 김운용 전 부위원장(가운데).

 이제 아랍을 알아야한다.

튀니지의 ‘재스민(Jasmine) 혁명’에서 시작한 아랍 지역의 정치파동은 이집트의 무바라크(Mubarak) 정권을 퇴진시키고 바레인, 예멘 등지로 번지고 있다. 시리아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란이나 이라크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사담 후세인(Saddam Huaaein)이 죽고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사살된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이란은 요격미사일의 지하 격납고를 공개했는데 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견제 목적에서 행해진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40년 통치의 카다피(Kaddafi)가 버티고 있는 리비아는 나토(NATO)가 관여한 상태에서 내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카다피 부자에게 체포영장까지 발급했다. 16년전 리비아 정부초청으로 트리폴리를 방문했다가 1986년 미국 레이건 정부가 트리폴리의 카다피 관저를 공습한 현장도 아타라불시(Attarabulsi) IOC위원 안내로 가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격동의 세월인 듯 싶다.

서방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곳으로 중동지역을 꼽는다. 1000년간 서구의 지배를 받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은 얻었지만 독재자들이 30~40년씩 철권을 휘둘렀다. 여기에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은 끝이 없다. 이런 와중에 아랍사람들은 이제 자기 운명은 자기 손으로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이를 아랍의 민주화 운동 즉, ‘아랍의 봄’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현 정권의 실세 중 한 사람으로부터 한 중동국가의 왕을 소개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왔다. 자원외교 때문인 것 같았다. 중국사람들이 관계를 중시하고 한국도 인맥을 강조한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아랍인들이 더하다. 왕족처럼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 짙다. 다만 각국마다 왕족이 너무 많아 누가 영향력이 있는 진짜 왕자인지 가려내어야 한다.

통상 아랍인(혹은 무슬림)은 계산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랍인과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다. 아랍인들은 상대방이 소속해 있는 기업을 상대로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래 시 아랍인에게 시간을 지켜달라고 강요하는 것도 무리한 요청이다. 때로는 가격, 계약조건보다 상대의 인상과 신뢰감에 더 비중을 두는 경우가 있다. 물론 최근에는 서구화의 영향으로 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제 아랍은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슬림 인구가 향후 15년 내 전 세계 인구의 약 30%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중동은 한국의 주요시장이 된 지 오래다. 그동안 어려울 때 중동에 진출해 수많은 공사를 따냈고,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동의 정치, 외교, 문화, 경제는 늘 중요 관심사 일 수밖에 없다. 최근 뉴스만 둘러보아도 미국 특수부대의 빈 라덴 사살, 계속되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운동, 이스라엘에 대해 67년 전쟁 이전 영토로 돌아가라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획기적인 성명과 이에 대한 G8 정상회의의 지지 확인, 심지어 사상 초유의 해적재판까지 이제 아랍문화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대체 에너지발전으로 전 세계가 이행하는 요즘은 석유나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일본의 중부전력이 관내 하마오카 원전의 발전이 간 나오토 수상의 요청으로 중단하게 되자 화력 발전소 가동을 위해 카타르와 가스공급을 교섭한 것이 좋은 예다

스포츠도 그렇다.
중동의 카타르는 지난해 말 한국, 일본 등을 제치고 2022년 FIFA월드컵을 유치했다. 당시 투표에서 한국은 겨우 4표밖에 얻지 못한 반면 카타르가 무려 15표를 획득했다. 또 FIFA부회장 자리도 한국의 정몽준 회장을 밀어내고 요르단축구협회장인 알리 빈 알 후세인이 당선됐다.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인 함만은 FIFA회장까지 노리고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영국의 스캔들 폭로로 사퇴). 카타르는 인구도 얼마 안 되는 도하에서 2006년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신청했다. 아시안게임은 예전에 일본, 중국, 한국이 경기력이나 자금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아버지 셰이크 파하드(Sheikh Fahad)의 뒤를 이은 쿠웨이트의 아마드(Ahmad) 회장을 비롯한 아랍이 굳건한 아성을 구축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IOC 위원장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는 늘 “한·중·일이 단합하면 주도권을 뺏어올 수 있고, 아시아 스포츠발전에 힘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아랍은 단결하는 반면 아시아 기타 지역 특히 한·중·일은 어려웠다. 평창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달 일본에서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의 참석 하에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총회가 열린다. 일본이 이런 자리를 통해 아랍의 주요 스포츠인사를 불러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 된 것처럼 큰소리로 떠들다가 아랍세에 밀리곤 하는 우리와 비교된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이제 아랍은 중요하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국제대회 유치 등에 있어서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보다 더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교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 문화와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오는 것이라 고 한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스포츠외교 전문가라고 할 만한 자질을 겸비한 사람도 드물지만 아랍 전문가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일반인들의 아랍문화에 대한 이해도 아직 크게 부족하다. 이해는커녕 우리의 시각은 편협하기만 하다.

다행히 한국은 건설과 석유자원 외교 등으로 아랍과는 전통적으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 정부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원전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또 스포츠 면에 있어서도 한국은 국교가 없을 때 시리아와 NOC간 협력협정을 맺는 등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레바논, 알제리, 모로코,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과 체육교류협정이나 태권도사범 파견, 그리고 아시안게임을 통해 많은 교류를 해왔다. 특히 요르단 왕실의 왕세자, 모로코 왕실 경호대, 이집트 경찰 등은 태권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아랍계 IOC위원 중에서 튀니지의 전 수상 엠잘리(Mzali), 시리아의 무다랄(Moudallal), 레바논의 쿠리(Khouri),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동서인 사베트(Sabat), 알제리의 라파우이(Lafaoui-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는 친한파로 분류된다. 특히 쿠웨이트의 세이크 아마드(Sheik Ahmad) OCA 회장은 한국을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사무엘 헌팅턴(Samauel Huntington)이 1993년에 쓴 <문명의 충돌>은 이제 현대의 고전이 된 느낌이다. 아랍, 이슬람권과 서방 세계는 동화(同化)보다는 서로 양립(兩立)하는 것이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런 주장은 특히 9.11 테러를 예측했다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재스민 혁명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랍은 경제적으로나 또 스포츠에 있어서도 동반자임이 분명하다. 국내 거주 무슬림도 이미 14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랍인들은 정이 많다는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랍을 이해하고 또 그들을 좋은 동반자로 만들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6일 밤에는 3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의 성패가 가려진다. 고생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평창 군민은 물론 국민들의 염원도 대단하다. 특히 최초의 강원(용평)동계아시안게임을 조직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최초로 제의한 사람으로서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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